김진태 사무실 앞 “나는 □□□ 안찍어” 이름 없는 피켓…처벌될까?

이혜리 기자

지난해 20대 총선 때 김진태·나경원·최경환 의원 등 당시 새누리당 후보들 사무실 앞에서 “나는 □□□ 안찍어! 너도 □□□ 찍지 마요”라는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 관계자 22명에 대해 법원이 오는 1일 1심 선고를 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에게는 이 기자회견을 주도했다며 검찰이 징역 8개월을 구형한 상태다.

후보자의 이름 없이 창문 모양으로 구멍이 뚫린 형태의 피켓을 들어 문제가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데다가, 속전속결로 총선넷을 고발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작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낙선 기자회견은 특별히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65)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가 맡았다.

■후보자 이름 빠진 창문형 피켓, 과연 처벌될까

지난해 4월25일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문제가 된 ‘창문형 피켓’을 들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석우 기자

지난해 4월25일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문제가 된 ‘창문형 피켓’을 들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석우 기자

총선넷 관계자들은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김진태·나경원·최경환·오세훈·황우여·윤상현 등 새누리당 후보들을 ‘워스트 후보’로 인터넷 투표로 선정하고 이들의 사무실 앞에서 낙선투어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에 넘겨졌다.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서 집회를 개최하거나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 이름이 들어있는 피켓을 들면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넷측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김진태 당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김 후보자의 이름이 적혀있는 피켓을 든 것이 아니라 “나는 □□□ 안찍어! 너도 □□□ 찍지 마요”라는 피켓을 들었다. 다른 현수막에는 “이것도 모르고 찍지 마오~이런 후보 찍지마오~”라는 문구가 기재됐고 이름은 없었다. 총선넷은 “선관위 지침대로 피켓에 후보자의 이름이나 얼굴 사진은 전혀 없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실질을 봐야 된다고 주장한다. 피켓 자체에는 구멍이 뚫려있지만 통상 후보자 사무실 건물에 부착돼있는 현수막이나 간판의 후보자 이름에 피켓의 ‘□□□’ 부분을 끼워맞추면 사실상 이름을 적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여러 선관위 직원들은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며 “선거법 위반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선관위 직원들 “갑자기 고발 결정”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법 위반인지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울시 선관위는 총선 전날인 지난해 4월12일 총선넷을 고발했다. 고발장을 작성한 서울시 선관위 지도과 직원 ㄱ씨는 증인으로 나와 총선 전날 고발장을 작성하라는 상부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하루만에 고발장 작성과 결재, 실제 고발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이다. ㄱ씨는 “지도과장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지시를 받아서 고발장을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하루 만에 고발장을 작성할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ㄱ씨는 “(총선넷 기자회견이) 전국적으로 벌어진 사안이라서 서울시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등이 정보 교류는 돼 있었다”며 “기본적인 고발 내용에 대한 초안 자체는 중앙선관위의 e메일을 지도과장 등이 전달해 이를 근거로 작성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e메일을 전달했다는 당시 서울시 선관위 지도과장 ㄴ씨는 법정에서 ‘고발장에 들어갈 내용들이 중앙선관위에서 초안이 만들어져 내려왔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것은 없고 (기존에 갖고 있던) 책자의 예시를 보고 작성한 것”이라고 다소 상반된 답변을 했다.

ㄴ씨는 총선 이틀 전에야 총선넷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ㄴ씨는 “선거법 위반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4월10일까지 기자회견을 보고 11일 오후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 위반으로 판단해 윗분들에게 보고를 드렸다”고 말했다. 총선 전날 고발한 이유에 대해서는 ㄴ씨는 “선거 기간중 위법사항은 선거 전날까지 가급적 마무리하는 통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이 있다”며 ‘관행’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고발하기 전에 총선넷에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공문으로 알리는 시정지시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ㄴ씨는 “중대선거범죄에 우선적으로 치중하다보니 여기(총선넷)에 신경을 못썼다”며 “또 이것(총선넷)이 완전히 위반되니까 고발해야 된다 그런 것도 미결정된 상태였다”고 했다.

■청와대 관여 드러난 ‘민주당 낙선운동’은 제지 안해

한편 당시 선관위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소속 후보자들에 대한 보수단체들의 낙선 기자회견은 특별히 챙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드피스자유연합과 4대개혁추진 국민운동본부가 지난해 3월3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4·13 총선 낙선대상 후보자 명단 발표’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주최측이 건 현수막엔 박주민·안민석·진선미·우원식·심상정 등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후보자 총 28명의 이름과 지역구가 적시돼있었다. 제목엔 ‘국민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테러방지법 입법 반대 필리버스터 진행 의원과 민생 구하기 외면하고 경제와 나라 흔들기 주도한 수도권 후보 명단’이라는 문구도 있다.

이에 대해 ㄴ씨는 “사후에 보고를 받아서 알았다”며 “단순히 일회성 행사에 기자회견으로 봤고, 현수막에 이름이 있었지만 거기(기자회견을 연 광화문역 앞)가 선거 지역이 아니어서 위반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낙선 기자회견은 최근 검찰 수사 결과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기획과 시행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을 국가공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허 전 행정관은 이 낙선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월드피스자유연합 관계자와 수시로 연락하고 적극적으로 자금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