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아침이면 벙그리는 네 미소는 차가운 이슬 매달고 밤새워 그리던 고운 꿈 날아드는 벌나비 반가워 다 마르지도 못한채 예쁜 몸짓으로 내어주는 그 찬란함 한낮 눈부심에 고개숙여도 부는 세찬 바람에 떨리어도 꽃대 깊은곳에 고운 향기 머금고 여린 손 내밀어 지키는 굳은 마음 저녁놀 지고 냉기 흐를 때 창백한 달빛에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도 달콤한 기억 곱게 접어 그리운 꿈속 찾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