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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이타성 : 자연선택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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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은 흔히 자연선택, 적자생존으로 알려져있다.

이 말은 정글의 약육강식을 연상시킨다.

약자는 강자의 한갖 식량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주어 즉시 반감을 불러 일으키고 바로 반론이 제기 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 던지는 의인은 뭐냐? 독립투사는? 유일환 박사는? 음...무슨 죄인 다루듯이 그런다...쩝.

여기에 다윈을 구역질나게까지 했던 공작의 꼬리깃같은 생존에 불필요 하고 오히려 해가 되는 장식을 치렁치렁달고 있는 생물들까지 가세하면?

공작의 꼬리깃은 다윈이 성선택론으로 직접 해결하였지만 이타심은 해결되지 않은 진화론의 숙제로 100년의 새월동안 진화론을 괴롭혔다.

생명의 탄생과 종의 분화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과학 이론인 진화론이 창조론이나 사이비 과학의 비난이나 조롱에 시달린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지만 진화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들어서 진화론을 강화시켜준 공은 있다.

아무튼 진화의 수수께끼의 하나였던 이타심은 해밀턴의 포괄적합도 이론으로 설명의 길이 열렸다.

포괄적합도 혁명이라고까지 부르는 이 이론은 그동안 설명되지 않던 여러 심리현상을 설명할 수있는 강력한 이론이다.

 

이타성을 거칠게 나누어 보면 유전적 친족에 대한 이타성과 완전한 타인에 대한 이타성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전적 친족은 부모 자식, 형제.조부모 손자, 삼촌 4.5.6.7.8....

나의 유전자와 같은 복제본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이 유전적 친족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복제본이 증가를 하던, 친족이 가지고 있는 복제본이 증가하던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포괄 적합도 이론이고

실제 생활에서도  우리는 촌수가 가까울수록 더 친밀하고 남보다는 친척을 더 챙긴다.

상속을 할 때에도 대부분 자식에게 물려주지만, 자식이 없으면 조카에게 물려준다.

그마저 없으면?  얼굴도 모르지만, 어떤 애가 있다더라... 얘한테 물려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냥 죽는다. 그러면 나라에서 찾아준다. 상속권자에게...

얼굴도 모르고 살던 삼촌이나 친척 아저씨에게 거액을 물려받는 행운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음...기분이 어떨까?

이게 유전적 친족에 대한 이타성이다.

유전적 친족은 나와 같은 유전자 복제본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렇다 치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에 대한 이타심은 어찌된 일일까?

 

어느 시대 어느 문화에도 의인은 있었고 동정심 넘치는 사람도 항상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오래 기억되고 두고 두고 칭찬을 받는다.

이타심은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본능적 심리라는 이야기이다.

어떠한 심리이건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진화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타심에는 무슨 좋은 점이 있어 진화의 승자가 되었을까?

 

인류는 초창기, 사냥과 채집을 주 식량 조달 방법으로 삼았다.

채집도 절기에 따라 수확량의 변동이 있지만,

사냥은 변동성이 훨씬 강하여 사냥 성공 여부에 따라 편중과 결핍이 수시로 일어난다.

사냥을 나가면 식량이 어서오시라고 반기며 제 몸을 바칠리는 없다.

숨고, 도망가고, 대항하고.. 살자고 별짓을 다할 것이다.

일단은 사냥감을 찾아야 한다.

사실 사냥은 찾는게 반이다. 짐승의 꼬리도 못보고 산 속만 헤매는게 태반이다... 사냥을 하는건지 등산을 하는건지 원...

그래서 인류는 사냥감을 찾기 좋은 사바나에서 기원한 것이다.

찾았다 해도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한 것이다.

사바나의 터줏대감격인 맹수들도 사냥 성공율이 20%에 불과한데, 나무 타던 전직 원숭이가 성공율이 높을리가 없다... 아마 형편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사바나를 배회하며 몇날 며칠을 풀뿌리만 씹거나 독수리 먹이를 가로채거나... 맹수꺼를 가로채다간 바로 골로 사는 수가 있다.

거의 거지처럼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눈먼 멧돼지를 하나 잡았다면...

우선 지 배를 채우고...배터지게 먹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처자식을 멕이기 위해 운반을 해야 하는데... 너무 무겁다...쩝

어디 짱밖아두고 처자식을 데려올래도 이게 잘있는다는 보장이 없고 그새 썩기라도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뒷다리 하나만 짤라가고 나머지를 버릴려니 너무 아깝다... 어떻게 잡은 고기인데... 독수리 좋은 일만 시킬 순없지 않은가?

그 때 이웃집 사는 삼돌이가 여전히 풀뿌리만 씹고 있다면?

나누어 준다...

나야 어짜피 남는 거지만 삼돌이는 얼마나 고맙겠는가? 거의 신의 선물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며칠 후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다..

삼돌이가 빌빌대던 사슴을 한 마리 줏은 것이다.

이번엔 삼돌이가 나누어 준다... 얘도 어차피 남는 것... 은혜도 갚을 겸 선심을 쓰는 것이다.

이게 반복되면 내게 남는 자원을 다른 사람의 몸에 저장하는 꼴이 된다.

이것을 상호 이타성이라고 하고 이타성 발현의 출발이다.

참으로 아름답고 든든한 모습이지만 모든 세상 일이 그렇듯, 일이라는 게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 상호 이타성의 최대 문제는 동시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나는 멧돼지 뒷다리를 주었는데 삼돌이는 토끼 꼬리를 주면? 등가 교환이 아니잖는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일 나만 계속 잡고 삼돌이는 계속 얻어만 먹으면 어떻하는가? 역도 문제고.. 참으로 짜증이 날 것이다.

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배신을 당할 수도 있다.

삼돌이가 오랫만에 사냥에 성공해서 반가워 달려갔더니 이놈이 어디다 짱밖고 안잡았다고 시치미를 떼거나, 생판 본적도 없는 다른 놈을 주거나, 다짜고짜 욕지거리를 하면서 꺼지라고 하면?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다시는 저놈하고 거래를 안한다고 다짐을 할 것이다.

그 다음에 다시 내가 사냥에 성공했는데 삼돌이가 쭈볏거리며 다가오면? 본척도 안하고, 배신 안때리는 애를 찾아 그놈을 줄 것이다. 버렸으면 버렸지 삼돌이는 안준다.

그랬는데 다음번엔 삼돌이가 잡았다.

그래서 기대도 안했는데 이놈이 어쩐 일로 큼지막한 고기를 나누어주면서 지난번엔 미안했다고 한다.

그러면 다시 관계가 복원된다.

이것을 조건부 호혜성이라고 한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반복하는 효과이다.

협력이 가장 유리하므로 결국 협력이 진화한다는 뜻이다.

삼돌이는 개과천선해서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 갔지만

같은 마을에 사는 영감 하나는 배신을 하려고 해도 능력이 없어서 못한다.

이 영감은 항상 사냥에 따라 나오기는 하는데 병든 토끼 한 마리 못잡는 것이다...얻어 먹기는 꼬박꼬박 얻어먹는데..

앞으로도 이 영감이 사냥에 성공해서 은혜를 갚을 일은 없어 보인다.

이 영감을 어찌하면 좋을까?

아무리 남는 고기라고 해도 한 번도 보답을 못받으니 짜증이 나는데....

마을로 돌아오니 나에 대한 칭송이 대단하다.

이 영감이 소문을 낸 것이다.

사냥도 잘하고 관대하고 멋있고 잘생기고....영감이 살을 많이 붙였다.

그리고 영감네 손자가 찾아와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중에 크면 꼭 은혜를 갚겠다 한다.

동네 어른들도 칭찬하고 동네 처녀들은 보기만 해도 수줍어하고 몸을 배배꼰다.

친구들도 찾아와서 다음 사냥엔 자기도 데려가주고 대장 노릇도 하라고 한다.

평판이 상승한 것이다.

다음 번 사냥에서도 당연히 영감에게 고기를 왕창준다...음...

이것을 간접 호혜성이라고 한다... 제 3자에게서 돌려받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쨌건 돌려 받으니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이다.

동네에 아주 싸가지가 없는 놈이 있어서

이놈이 사냥을 나가면 지는 꽃구경이나 하고 물장구나 치고 하면서 놀기만 하다가

남이 사냥해 놓으면 얻어가기만 하는 놈이 있다면?

그리고 그놈이 얻어간 주제에 나를 칭찬 하기는 커녕 못먹을 부위를 줬네.. 인색하네... 안주네... 뭐 이러면서 욕만하고 다닌다면?

웬수가 따로 없을 것이다.

 

사기꾼 내지 배신자 문제는 인류가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기 시작한 이래로 직면한 문제 중 수위를 다투는 문제였을 것이다.

집단의 편익만 취하고 비용은 부담하지 않는 사기꾼을 방치했다가는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이타성이고 뭐고 집단 생활 자체가 무너진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떻게 사기꾼 문제를 해결하고  집단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타성도 발현시키고?

사기꾼 문제는 속지 않으면 해결된다.

속지 않으려면 왕따를 시키거나 처벌을 해서 속이려는 의지 자체를 꺾으면 되는 것이다...물론 쉽지는 않다.. 제버릇 개 못주는 놈들이 태반이다.

그런데 속지 않으려 해도 누가 사기꾼인지 알아야 속지 않을 것이 아닌가? 이마에 사기꾼이라고 써넣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그래서 중국에서는 경을 쳤다... 죽일놈... 이렇게..쩝..

인간은 사람 얼굴을 구별하는 것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따로 있다.

사람의 얼굴을 많이 그리고 잘 구별한다는 뜻이다. 사기꾼을 알아봐야 피하던 주어패던 하지 않겠는가?

또한 사기꾼에 대한 기억은 상세히 그리고 오래 기억한다.

사기꾼에 대한 기억을 담당하는 심리 기제가 따로 있는 것이다.

사기꾼을 찾아내고 오래 기억하는 능력은 전세계의 사람을 대상으로한 실험에서 입증되었다.

인간의 보편적 능력이다.

또한 사람들은 이타주의자들을 구별해내는 능력도 좋은데 사기꾼 구별 능력과 별개의 능력으로 특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뇌의 구조까지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사기꾼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였는지를 알 수있다.

어쨋든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사기꾼을 피하면서 이타성을 진화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결론)

자연선택은 비록 이기적 설계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이타성을 선호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타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우리는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유전자 전달 매개수단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그리고 전달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형성된 심리를,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허무한 존재일런지도 모르지만,

유전자의 노예는 아니다...유전자는 아무 생각이 없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극히 적나라한 현실이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사랑을 만들었으며, 행복을 선물로 준 것처럼

이타성 또한 진화가 우리에게 준 아름다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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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1 07: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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