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고구려 : 제 20 대 장수왕 (2)
본문
사반세기에 걸쳐, 확장된 고구려를 안정화시키는데 주력했던 장수왕에게는 아직 50여 년의 잔여 수명과,
남하 정책이라는 그의 인생을 특징 짓는 과제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시작은 신라였다.
광개토대왕에 의해 속국으로 전락한 신라에는 고구려군이 주둔해 있었는데
재위 29년경 신라가 이들이 몰살시키고 느닷없이 독립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독립한 신라는 백제와 나제동맹을 맺고 고구려와 대립하기 시작하였다.
광개토대왕이었으면 당장에 요절을 내었겠지만, 장수왕은,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참은 듯하다.
사건이 발생하고 한 10여 년이 지난 다음 신라의 변경을 공격하기 시작하였고 재위 57년에야 신라의 실직주성을 점령하였다.
광개토대왕에 비해 참으로 느린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신라가 호랑이 콧털을 뽑는 동안 백제도 가만히 있지는 않아서, 변경을 침입하는 등 반 고구려 정책을 노골화 하였다.
그리고 개로왕 국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는 개로왕이 북위에 명문의 국서를 보내 고구려 침공을 부탁한 사건인데,
고구려를 인정하고 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던 북위는 침공은 커녕 고구려에 백제의 의도를 알려주게 된다.
장수왕은 이에 전면전을 결심하였고, 시간 많은 장수왕 답게 간첩 도림을 파견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끝에 재위 63년 드디어 백제를 침공하였다.
행동은 느렸으나 광개토대왕의 아들답게 한성을 함락시키고, 개로왕의 목을 베었으며, 대전 근방까지 진출하여 성을 쌓았다.
백제는 아신왕대에 이어 또 한 번 망한 셈인데...
이렇게 자주 망했으면서도 계속 재기한 그 근성은 높이 사줄 만하다.
아마도 곡창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백제를 박살 낸 후 이번에는 북쪽으로 눈을 돌려, 유연과 합작하여 지우두의 분할을 시도 하였다.
지우두는 대흥안령에 위치한 지역으로 말의 산지였다고 한다.
분할에 성공했는지는 알수 없으나, 내몽골지역에 고구려성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그사이에 끼어 있던 거란은 확실히 박살 낸 것으로 보인다.
북쪽의 일이 일단락 된 후 재위 77년에 신라를 공격하였다.
초전에는 파죽지세로 신라 북변의 7개성을 함락 시키고 서라벌로 진격하였으나,
그동안 재기한 백제 가야 그리고 신라 연합군의 방어로 저지되어 신라의 재복속은 실패하였다.
백제를 박살낸 후 그 여세를 몰아 신라까지 바로 공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영토를 크게 넓혔고 중원 땅에 고구려비를 세웠다.
이때의 나이가 97세, 그로부터 한 1년 남짓 더 살다가 길고 긴 인생과 재위를 마쳤다.
향년 98세 총 79년 2개월의 재위였다.
연호는 건흥.
광개토대왕에 비해 전공이 화려하지 않고 기간이 길어, 광개토대왕만큼의 열광을 이끌어내진 못하지만,
고구려 최고의 전성기를 이끈 왕이었다.
장수왕의 명이 긴 덕분에 오랫동안 정국이 안정될 수 있었고, 공격보다는 수성에 능했던 그의 성향 또한 고구려의 전성기를 길게 유지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장수왕이 신라와 백제의 숨통을 확실히 끊어 삼국통일을 완수했더라면,
이후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았을 것이고,
중국놈들의 동북공정에 열받을 필요가 없었을런지도 모르지만,
당시의 상황에서 완전 통일은 어려웠을 것이고 ,
설령 통일을 완수했다 해도 당시의 백제처럼 바로 재기하는 것을 막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마치 신화와 같이 5세기를 지배했던 위대한 장수왕.
좁아터진 한반도에 붙박혀 우리끼리 아옹다옹하는 못난 후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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