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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 고려: 태조 왕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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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 종결자 왕건.

그는 송악의 해상 호족 왕륭의 맏아들이었다.

 

한 나라의 창업자답게 탄생설화가 존재하는데,

태양이 겁탈하고, 지렁이가 덮치고 하는 이상 망측한 것이 아니라 좀 학술적이다 : 과학적이지는 않다.

풍수의 대가 도선 대사가 집터를 잡아주었는데, 거기로 이사한 후 어머니 한 씨에게 태기가 있었고,

터가 좋았는지, 돈이 많아서였는지, 이도 저도 아닌 그냥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사히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였더란다.

아기가 태어날 때 신비한 광채와 자줏빛 기운이 방 안 가득 빛나고 하루 종일 뜰에 서려 있었다는데,

이 괴상한 빛이 갓난아기의 시각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나. 총명과 슬기가 남달랐고, 용모도 훤칠한 게 장부다운 기상을 두루 갖추었다고 한다.

17살부터는 남의 집터나 잡아주는 석학 도선대사에게 군사학과 천문학, 제례법 등을 배웠고: 그는 당대의 엄친아였다.

이렇게 시대가 필요로 하는 능력과 배경을 골고루 갖춘 이 아름다운 청년은 약관의 나이에 당대의 영웅 궁예의 휘하에 들게 되었고명성과 기대에 걸맞게 맹활약하였다.

 

왕건은 궁예의 수족이 되어 전쟁을 수행하였는데,

싸울 때마다 연전연승하며 궁예의 세력이 한반도 중부까지 확장하는데 기여하는 한편 가문의 전공을 살려 후백제와 해상에서 대립하였다.

903년에는 궁예의 뜻을 받들어 나주를 점령하였으며, 견훤의 근거지인 전라북도까지 공격하였다.

이 패기 넘치는 멋진 청년은 나주 공략전을 수행하면서 일만 한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하며 버들잎을 띄워주는 방년 17세의 오 씨 성의 어여쁜 아가씨와 연애를 하여 애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나주 점령 이후에도 경상도와 전라도 곳곳에서 싸워 승리하였고, 

913, 마침내 문무백관의 최고 우두머리인 문하시중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승승장구하며 탄탄대로를 달리던 왕건은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는 시중이 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다른 세력들의 견제와 더불어왕권강화에 혈안이 되어있던 궁예의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궁예의 충성 시험은 최 응의 기지로 어찌어찌 넘겼으나, 언제 다시 숙청의 칼날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므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같은 고민에 빠져있던 홍유, 배현경, 신숭겸, 복지겸 등의 권유와, 당시 같이 살고 있던 신혜왕후 유씨의 격려에 힘입어한밤중에 궁궐의 담을 넘었다.

궁예는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해보고 꼴사납게 철원을 탈출하였고 토끼몰이를 당하다 결국 객사하여자신의 관심법이라는 신통력이 뻥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왕건은 91842살의 나이로 왕이 되었다.

궁예를 제거하고 왕 자리를 꿰찬 것까지는 좋았는데, 시련도 시작되었다.

쿠데타 성공 4일 만에 첫 반란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청주 출신들의 연속적인 역모에 시달렸으며, 철원 주민들의 적대적인 시선 속에 좌불안석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왕이고 뭐고 일단 살아야겠기에 자신의 본거지인 송악으로 도읍을 옮겼고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각지의 호족들을 포섭하기 시작하였는데,

장가를 많이 갔다.

궁예가 남긴 그림자는 깊고도 넓어서,

웅주(공주) 이 흔암과 명주(강릉) 김 순식의 반발과 항거라는 참으로 두려운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청주 출신들의 역모와는 다르게, 이 흔암은 공주성이 후백제로 귀순하는 것도 방치한채, 상경하여 은밀히 세력을 모았다.

이러한 교묘한 항거 덕분에,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황이 한동안 계속되었고비밀경찰 조직을 운용하여 겨우 때려잡을 수 있었다.

이 시기에 견훤의 아비인 상주의 아자개가 왕건에게 귀순하였다.

아들이 후백제 왕인데, 다 늙은 영감이 무슨 영화를 바라겠다고... 끌끌

이흔암을 제거하는 것도 피곤하고 성가신 일이었으나, 진정한 골칫거리는 명주였다.

김 순식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다른 호족들과는 달리

궁예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친구로서 진정한 동맹이었고, 영원한 후원자이자 창업 동지였으므로. 궁예를 살해한 왕건에게 분노하였는데,

문제는 김 순식이 도사리고 있는 명주의 지정학 위치와 그의 군사력이었다.

견훤에게 나주만큼이나, 명주는 고려의 배후를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지역이었고,

군사력 또한, 전통적으로 영동지방의 중심이었던 명주답게 지역의 맹주급이었다.

만일 김 순식이 궁예의 복수를 명분으로 봉기하여, 견훤과 연계를 맺고, 철원 방면에서 공격을 가했다면,

왕건은 시작하자마자 망했을 것이다.

 

왕건이 이렇게 안팎으로 불안하던 시기는 반대로 견훤에게는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사나운 중에게 시달리느라 지쳐버린 견훤은, 그저 궁예의 몰락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는지왕건에게 축하 사절단을 보내기도 했고, 몇 번에 걸쳐 신하들 간의 교류를 추진하는 등 뻘 짓을 하였다.

자기 딴에는 오랫동안 지속된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돌보고, 중국, 일본 등과 외교 관계를 강화하면자연스럽게 한반도를 대표하는 정부로 인정받을 수 있고, 천하도 통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나,

만고의 지 생각이었다.

당대의 기린아 왕건은 아직 출발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920년 견훤이 대야성(합천)을 함락시키자 신라는 고려를 향해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대었고경상도 북부 지역의 신라 호족들이 고려에 투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견훤이 피를 흘려가며 겨우 얻는 것을 왕건은 그냥 줍는 꼴인데이러한 양상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내부를 안정시키고 힘을 비축한 왕건은 925년 조물성으로 출정하여 후백제군을 축출하면서, 견훤과 본격적인 쟁패에 돌입하려고 하였는데,

막상 붙어보니 서로의 힘이 비등하여 일단 물러섰다.

견훤도 ,왕건이 궁예만은 못해도 제법 만만치 않은 적수라는 것을 알았으므로서로 인질을 교환하고 화의했는데,

견훤은 아내의 친족인 진호를 고려에 보냈으며, 왕건은 사촌 동생 왕신을 후백제에 보냈다고 한다.

왕건 입장에서는 이 시기부터 발해의 유민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였으므로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을 것이고

견훤은 견훤대로 기왕 대야성을 점령한 김에 신라를 마음껏 두들기고 싶었을 것이다

후방의 나주도 걱정되었을 것이고,

이렇게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당분간 제 갈 길을 가려고 하였는데,

불과 6개월 만에 송악에 있던 진호가 덜컥 죽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엉망이 되고 말았다. 

견훤은 왕건이 진호를 죽였다고 펄펄 뛰면서, 왕신을 죽여 버리고 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재개하였으나.

다시 맞붙은 왕건은 예전의 왕건이 아니었다.

견훤에 비해 다소 손색이 있던 왕건의 군사력은, 9259월부터 본격화 된, 발해 유민의 유입으로 이미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있었던 것이다.

300년이나 지난 일이라 좀 어색하긴 하지만, 평양을 보유하고 있는지라, 고구려의 후예를 자처할 수 있었던 고려는,

진정한 고구려의 후예랄 수 있는 발해가 허무하게 멸망한 후

나라야 망하든 말든 권력투쟁에 여념이 없다가, 졸지에 갈 곳이 없어진 발해의 귀족들이나 무사들에게, 안성맞춤의 도피처가 되어 주었다.

발해에 있을 때부터 전쟁이 주 업무였던 유민들은 왕건의 즉시 전력이 되어 부족한 군사력을 보강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으므로왕건으로서는 횡재를 한 셈이었다.

 

전력이 크게 보강된 왕건은 왕신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마음껏 터뜨렸다.

왕건은 대야성을 함락시키는 등 심상치 않은 기세를 드러내며, 환갑의 견훤을 다시 전장으로 불러내었다.

신라는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이에 고무된  신라의 경애왕은 강해진 고려와 동맹을 맺고 미약하나마 군대를 파견하여 고려와 연합군을 구성하였는데,

정치력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군사적 능력만큼은 왕건보다 한 수 위인 견훤은 이 꼴을 보고 

고려와 본격적인 쟁패 이전에 신라를 정리하기 위해 왕건을 경상도 북부에 묶어두고 서라벌을 급습하였다.

견훤의 허를 찌른 공격에 당황한 왕건이 친히 구원병을 이끌고 급히 달려갔을 때는 이미 경애왕이 변변한 저항도 못해보고 살해된 뒤였고,

김 부를 왕위에 올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견훤이 전리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말머리를 돌린 뒤였다.

열 받은 왕건은 추격을 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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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1 07: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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