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 거란의 2차 침입: 전쟁의 배경
본문
거란은 1차 침입으로 배후를 안정시킨 뒤 초원을 완전히 장악하였으며,
송을 윽박질러 전연의 맹을 맺고 연운 16주를 완전한 영토로 만들었다.
이렇게 거란이 천하의 패권을 잡아가는 동안 고려는,
사련에 빠져 자신의 불가능한 꿈에 올인한 천추태후와, 자신만의 독특한 사랑에 빠져 정사를 내팽개친 목종이
연일 써대는 저질 막장 드라마로 영일이 없었다.
1009년 거란 성종의 어머니 소태후가 죽었다.
소태후는 천추태후와 유사점이 많은 여인이었는데,
우선 죽은 남편의 시호가 경종으로 같고,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으며,
아들의 치세 초반 섭정을 했을 뿐만 아니라, 내연남을 정부 요직에 등용하였고,
정치적 야심이 강해 아들이 장성한 이후에도 정치의 전면에서 활약하였으며,
외교에 출중한 능력이 있었고 효자 아들을 둔 것까지 닮은꼴이었다.
소태후는 자신의 뛰어난 업적 뿐만 아니라, 뒤를 이은 아들이 명군 소리를 듣는 덕분에 후세까지 불세출의 여걸로 추앙받을 수 있었던 반면,
강조의 쿠데타로 몰락한 천추태후의 경우는, 대부분의 업적은 묻히고, 구설, 악행 그리고 아들인 목종의 난행 등이 주로 알려지는 바람에 자식과 나라를 망친 악녀가 되어 버렸다는 아쉬운 점이 있으나,
두 연인의 치세 이후에 양국이 각각 전성기에 진입한 것 또한 공교로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했던 만큼 엄격했던 어머니가 사망하여 본격적인 단독 치세를 시작한 거란의 성종에게,
비슷한 성격의 어머니를 둔 고려의 목종이 신하에게 시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성종은 크게 분노하였고 징치를 결심하였다 하는데,
현대의 관점이라면, 힘 좀 있다고 중뿔난 내정간섭이나 해대는 성질 더러운 폭군 쯤으로 간주되어,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당시의 거란은 송의 조공을 받을 정도의 패권국이었고, 명목상 고려의 종주국이었으므로,
제후국에서 발생한 패륜을 묵과하기에 곤란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려왕은 완전한 외번 신하가 아니라 형식에 불과한 제후이었는데,
내정의 문제를 트집 잡아, 국력을 총동원하여 침략을 한다는 것 또한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었다.
외교와 협상의 달인이었던 어머니 소태후에게 서른 살 너머까지 시달렸으며,
나중에 거란 역사상 최고의 명군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성종이
앞뒤 재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치우쳐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리는 없으므로
뭔가 복잡한 사정이 저간에 깔려있었을 것이다.
거란은 소태후의 활약으로, 송과 전연의 맹을 맺어, 국경을 확정하였으며, 송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였으나,
이는 대륙으로의 진출 또한 막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어머니의 그늘에서 막 벗어난, 30대 중반의 능력 있는 군주인 성종이,
마지막 미결정지라 할 수 있는 한반도 쪽을 주목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1차 침입 시 군신의 관계를 맺기로 한 고려는,
개국 이래의 적대정책을 고수하며 친송 외교를 펼치고 있었고,
서희의 활약으로 거란의 턱 밑에 강동 6주라는 난공불락의 요새지대를 설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래 그곳에 살고 있던 발해의 후예 여진에게 종주권을 행사하고 있었으므로,
발해의 계승국이라 할 수 있는 거란의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가연성 물질이 즐비한 양국 사이에 불씨를 던진 것은 여진이었는데,
고려의 혁명세력 중 일부가 여진부락을 공격하다 실패하자, 패전을 만회한답시고,
고려에 조회하기 위해 내부해 있던 여진 추장 일행을 학살하는 정신 나간 짓을 저질렀고,
이에 열 받은 여진이 거란에 복수를 청원하는 와중에 강 조의 정변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다더니...
거란은 2차 침입의 중요한 명분을 얻었고, 여진은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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