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 고려 : 제 21 대 희종 : 최 충헌
본문
왕 영
신종의 맏아들로 1204년 24살의 풋풋한 나이에 왕위에 올랐는데
혈기 방장한 젊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최 충헌에게 관작을 높여주는 정도밖에 없었다.
희종 즉위와 함께 46자에 달하는 관직을 부여 받은 최 충헌은 문하시중에 올라 최고위 관직을 차지하였고 후작 위를 거푸 받았는데,
왕은 이 무시무시한 신하를 은문상국으로 부르며 존대하였다 한다.
최 충헌 또한 평상복으로 궁궐을 출입하였으며 행차 시에는 일산을 받치게 하여 자신이 임금의 아래가 아님을 과시하였고...
이렇게 그가 희종을 신종보다 더한 하수아비로 만들며 막부의 체제를 다져가는 동안
저 멀리 초원에서는 징기스칸이라는 희대의 거인이 나타나 주변 부족들을 통합하여 국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 충헌은 동생 충수를 처단할 때 공이 많았던 외조카가 세력을 모으자 그 발목의 아킬레스건을 자른 후 귀양보내는 등
주변의 위협요소들을 제거하는데 게으르지 않았고, 미루어 두었던 공작 위에 올랐다.
직위든 작위든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진 최 충헌은 이 규보 등을 등용하며 새로운 질서에 의한 통치를 펼쳐 나갔는데,
알콜 중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고 시를 잘 썼으며 거문고와 발명에도 소질이 있었다는 이 규보는
무신정변이 발발했을 때 3살에 불과했고 성장기 내내 난세였으므로,
문신들의 세상이었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무신들의 횡포에 분노했던 이 인로 등의 선배들과 다르게,
어떤 놈이 정권을 잡든 세상이 빨리 안정되어 예측 가능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무신정권 전반기의 혼란을 반영하듯 관로가 평탄치 않았던 그는 시 한 수로 최충헌의 마음을 사로잡아 출세하기 시작했다 하는데,
동국이상국집이라는 문집을 남겼고, 서사시 동명왕편을 비롯한 다수의 기발한 시를 남겼다.
최 충헌은 철권을 휘두르며 이렇게 고려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기 시작하였으나,
정통성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한 자들의 숙명처럼, 승려들을 비롯한 그의 죽음을 바라는 세력들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암살 기도 사건, 무고사건 등이 잇따르자,
최 충헌은 기존의 친위 조직을 확대 개편한 교정별감을 만들어 국정 전반을 감시 감독하였는데,
이 새로운 막부 체제는 국가 시스템을 종속시켜 버렸으므로 임금은 완전히 빈 껍질이 되었다.
이로 인한 불만은 늘 하던대로 달랠 놈은 달래고 아닌 놈은 때려잡았고....
이리되자 그동안 혈기를 누르며 무던히 참아왔던 희종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하였는지,
만악의 근원 최 충헌을 제거하고자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거의 성사 직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구사일생한 최 충헌은 별 위협도 안되는 왕을 죽여 공매를 벌 생각이 없었는지,
그냥 폐위시켜 강화도로 내 쫒았고...
1211년의 일이었다.
강화도에 유배 된 희종은 자란도, 교동 등으로 내돌려지다가, 8년 만에 최 충헌의 용서를 받아 귀경하였으나,
이후 최 우의 의심을 받아 귀경한지 8년 만에 다시 강화도로 쫓겨났고,
1237년 57세를 일기로 교동도의 한 절에서 사망하였다.
남자로서 의욕에 넘치고 최대한도의 야망을 품을 수도 있는 나이에 왕위에 올라,
최 충헌의 비위나 맞추며 고작 7년간 왕 노릇을 하다가, 무려 18년간 섬을 전전하며 귀양살이를 한 희종,
그는 어떤 심정으로 바다를 바라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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