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운명을 짊어지고 가는 용기 (2) : <러브 어페어>
본문
반 년도 넘게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마이크는 테리의 주소를 우연히 알아낸다. 눈 내리는 뉴욕 거리를 걷는다. 테리의 아파트로 향한다. 마이크와 테리가 만난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만남을. 이번엔 운명이 싫증났던 작업에 다시 흥미를 느낀 것이다. 운명은 역시 변덕의 다른 이름이다.
테리와의 어색한 만남. 반 년도 넘게 서로를 그리워했으면서도 어색하기만 하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사실을 얘기해야 한다. 운명이 열심히 작업해 두었던 두 가지를.
첫째, 숙모님이 별세하셨다. 그리고 자신의 숄을 테리에게 주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지난 5월 2일 테리에게 주려고 마이크가 그린 그림은 테리가 이 숄을 걸치고 있는 아름다운 정경을 담고 있었다. 물론 테리에게 주지 못했지만.
둘째, 테리와 만나지 못한 마이크는 테리에게 주려고 그렸던 그림을 호텔 측에 그냥 줘 버렸다. 그 그림은 레스토랑 벽에 걸리게 되었는데, 한 여인이 그 그림을 꼭 사고 싶어 했다. 호텔 측에서 마이크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마이크는 그렇게 원하면 그냥 주라고 했다. 직원 말이 그 여인은 그다지 부유해 보이지 않았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이크에겐 이 모든 일이 무의미할 뿐이었다. 테리가 없는 마이크에겐.
마이크는 테리에게 돌아가신 숙모님의 숄을 주고, 작별인사를 나눈다. 슬프다. 이제 마이크는 멀리멀리 떠날 것이다. 하지만 변덕쟁이 운명이 이번엔 제 본분에 충실하다. 마이크가 그림에 얽힌 사연을 테리에게 얘기하는 어느 순간, 운명은 마이크에게 의문을 던진다.
테리는 왜 시종 일어나지 않고 앉아만 있는가? 왜, 쇼파에 앉아서 자신을 맞고 역시 쇼파에 앉아서 자신을 배웅하는가? 의문에 찬 마이크는 테리의 아파트를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한다. 운명이 “침실로 가 봐.” 하며 속삭인다. 마이크가 침실 문을 열자, 마침내 모든 의문이 풀린다.
http://www.youtube.com/watch?v=GOvtTdhetgc&feature=player_detailpage&list=UUX_NoYfY5NKbEbKF5LMXbHA
[http://youtu.be/GOvtTdhetgc?list=UUX_NoYfY5NKbEbKF5LMXbHA]
자신의 그림이 테리의 침실 벽에 걸려 있는 것이다. 마이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왜 테리가 올 수 없었는지 이제야 알게 된다. 그리고 테리를 잃고 슬픔으로 지냈던 자신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테리의 지난 세월에 죄스럽다. “우리에게 이런 불행이 있어야 했다면, 그것이 왜 내가 아닌 당신에게 갔는지!”
하지만 테리는 기쁘다. 둘은 포옹한다. “당신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저도 다시 걸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못 할 것이 없어요!” 마이크와 테리는 사랑과 희망의 키스를 나눈다. 창밖엔 눈이 내린다. 이제 운명의 작업은 끝났다. 마이크와 테리의 진정한 사랑의 미래만이 남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
우리는 종종 만남에 ‘운명’이라는 초월성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운명이 이끄는 만남에서 도리어 강한 필연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운명은 속성상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지라, 그것이 이끄는 만남은 시련을 동반하기 일쑤다.
우리는 이러한 운명의 장난을 원망할 수도 있다. 운명이 부과하는 시련을 극복하지 못할까 봐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에 진실과 용기만 있다면, 운명은 시련을 줄지언정 좌절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마이크와 테리의 운명적 만남 역시 시련의 세월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그 세월을 견뎌냈다. “당신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저도 다시 걸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못할 것이 없어요!” 테리의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운명 앞에 진실했고 용기를 잃지 않았다.
모든 만남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차피 운명적이다. 그리고 진실한 만남은 그 운명을 기꺼이 짊어지고 가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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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온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