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네 잘못이 아니야, 10번(1) : <굿 윌 헌팅>
본문
범상하지 않은 환경적 혹은 유전적 요인이 천재를 만들게 되고,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천재들은 어떤 형태로든 왜곡된 심성을 갖는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천재는 위대했지만 안타깝게도 불행했다. 평등의 신은 이렇듯 고약한 방법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위로한다.
영화 <굿 윌 헌팅>의 주인공 윌 헌팅(맷 데이먼 분)도 그러한 불행을 피하지 못하고 왜곡된 심성을 갖고 있는 천재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불행을 구원해 줌으로써 평등의 신에 저항한다. 픽션이란 이렇게 달콤한 것이다.
수학 천재 윌 헌팅(맷 데이먼 분)은 MIT 공대의 청소부다. 고아로 자라 몇 차례의 입양과 파양을 거듭한 윌은, 램보 교수가 숙제로 게시한 푸리에 이론 문제를 간단히 풀어 버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램보 교수는 수소문 끝에 윌이 지금 경관 폭행죄로 철창 신세를 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를 보석으로 풀려나오게 한다. 물론 정신과 치료 보고서를 판사에게 제출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이후 램보 교수는 왜곡된 자만심으로 자신을 가두어 버린 불행한 천재 윌을 정신과적으로 치료하고 정식 수학자의 길로 이끌고자 한다. 하지만 윌은 5명의 상담 의사를 가볍게 따돌려 버린다. 램보 교수는 마지막 카드로 숀 박사(로빈 윌리암스 분)를 선택한다.
숀 박사의 연구실. 윌은 6번째 상담 의사인 숀 박사의 그림에 대해 현란한 미술 지식을 동원해 평가하면서 또 일을 저지른다. 숀 박사를 욕보이려고 작정을 한 것이다. “부인을 잘못 얻으신 거죠? 무슨 일이 있었죠? 배신하고 도망갔나요? 딴 남자랑 눈이 맞아서?” 사랑하는 아내가 수년 동안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숀 박사에겐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이제껏 윌에게 당했던 5명의 상담 의사들은 품위를 잃지 않고, 하지만 아주 냉정하게 윌을 포기했다. 그들은 기다리지 않았다. 윌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숀 박사는 달랐다. 비록 아내를 욕보인 윌의 목을 쥐어틀어 버리지만, 깊고 넓은 마음으로 윌을 받아들인다. 숀 박사는 기다리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윌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어쨌든 숀 박사와 윌의 만남은 이렇게 거칠지만 따뜻하게 시작됐다.
호숫가 벤치에서의 두 번째 만남. ‘윌 헌팅’을 끝내 ‘굿 윌 헌팅’으로 만들어 줄 숀 박사의 명대사를 보자.
http://www.youtube.com/watch?v=ftN1UMpXjis&feature=player_detailpage
“내가 미술에 대해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댈걸.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 볼까? 그에 대해 잘 알 거야. 그의 걸작품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의 관계, 성적 본능까지도 알 거야, 그렇지?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의 내음이 어떤지는 모를걸.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정화를 본 적 없을 테니까. (…)
전쟁에 관해 묻는다면 셰익스피어의 명언을 인용할 수도 있겠지. ‘다시 한 번 돌진하세, 친구들이여!’ 하며. 하지만 넌 상상도 못해. 전우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널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걸 지켜보는 게 어떤 건지. (…)
또한 한 여인의 천사가 되어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어떤 건지 넌 몰라. 그 사랑은 어떤 역경도, 암조차도 이겨내지. 죽어 가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달이나 병상을 지킬 땐 더 이상 환자 면회 시간 따윈 의미가 없어져. 진정한 상실감이 어떤 건지 넌 몰라. 타인을 네 자신보다 더 사랑할 때 느끼는 거니까. 누굴 그렇게 사랑한 적 없을걸.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기보다 오만에 가득 찬 겁쟁이 어린아이로만 보여. 물론 넌 천재야. 그건 누구도 부정 못해. 그 누구도 네 지적 능력의 한계를 측정하지도 못해. 그런데 그림 한 장 달랑 보곤 내 인생을 다 안다는 듯 내 아픈 삶을 잔인하게 난도질했어.
너 고아지?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사람인지를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 보면 다 알 수 있을까? 그게 널 다 설명할 수 있어? 솔직히 젠장, 그 따위 것 난 알 바 없어. 어차피 너한테 들은 게 없으니까.
책 따위에서 뭐라 하든 필요 없어. 우선 네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돼. 자신이 누군지 말야. 그렇다면 나도 관심을 갖고 대해 주마.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 자신이 어떤 말을 할까 겁내고 있으니까. 네가 선택해, 윌.”
‘윌 헌팅’을 ‘굿 윌 헌팅’으로 만드는 데, 양아치 친구 척키와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는 여자 친구 스카일라도 숀 박사 못지않은 역할을 한다. 숀 박사와의 몇 차례의 만남이 더 있고, 그 사이에 스카일라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윌에게 무한한 사랑의 품을 내어 주고, 척키는 윌이 자신과 같은 양아치들과 더 이상 어울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윌 헌팅’이 진정한 스승 숀 박사와 두 친구의 우정을 물리치고 계속 왜곡된 심성을 가진 ‘윌 헌팅’으로 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리하여 마침내 때는 왔다. ‘윌 헌팅’이 ‘굿 윌 헌팅’이 되는 그날이 마침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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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라이팅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