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못이 아니야, 10번 (2) : <굿 윌 헌팅> >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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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네 잘못이 아니야, 10번 (2) : <굿 윌 헌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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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에게 제출할 보고서를 다 쓴 숀 박사는 윌과의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하지만 상담의사와 환자의 장막은 이미 거두어졌다. 불행한 과거를 그저 조금 먼저 이겨낸 선배와 아직 이겨내지 못한 후배의 우정 어린 대화 끝에 윌은 무너진다. 무너져야 할 윌의 부분이 무너진다.

 

수차례의 입양과 파양, 양부의 폭행으로 인성이 일그러진 윌. 역시 알콜 중독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어머니와 동생들을 대신해 상습적으로 폭행당했던 숀 박사. 이 둘의 한 폭의 풍경화 같은 화해의 대사를 보자.

http://www.youtube.com/watch?v=ZzTQFe5qX_0&feature=player_detailpage

 

나도 별로 아는 게 많진 않지만, 보고서에 담긴 이런 기록 따위는 아무것도 아냐. (네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네 잘못이 아니야.”

알아요.”

“(내 아들 같은 친구야) 내 눈을 똑바로 봐. 네 잘못이 아니야.”

알아요.”

아니야, 넌 몰라. 네 잘못이 아니야.”

안다구요.”

아니야, 넌 몰라. 네 잘못이 아니야.”

“(다가오는 숀 박사를 피해 일어서며) 알아요.”

네 잘못이 아니야.”

“(눈가엔 이슬이 맺히며) 알았어요.”

“(눈물을 흘리는 윌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거듭) 네 잘못이 아니야.”

“(애원하듯, 혹 가까스로 저항하듯) 성질나게 하지 말아요.”

“(인자한 목소리로) 네 잘못이 아니야.”

“(숀 박사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성질나게 하지 말란 말이에요! 선생님만이라도!”

“(더욱 더 인자한 목소리로) 네 잘못이 아니야. (마침내 오열하는 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거듭) 네 잘못이 아니야.”

“(숀 박사를 안고 오열을 멈추지 못하며) 정말 죄송해요.”

“(윌을 오래도록 껴안으며) 다 잊어 버려.

알았지?”

 

영화 마지막. 윌은 램보 교수가 소개해 준 훌륭한 직장의 그럴듯한 자리 대신 친구들이 사 준 고물차 운전석에 앉는다.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끝내 마음을 열지 않은 그에게 버림받고 떠난 스카일라에게로 간다. 숀 교수처럼 기다리는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연인 스카일라를 만나면 그녀도 윌에게 10번이고 말해주리라.

 

네 잘못이 아니야.”

 

인생을 조금만 살아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않은가? 세상엔 기다리지 않고 얻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역시 인생을 조금만 살아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않은가? 세상엔 누구도 기다리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완벽한 만남을 위해 단 하나의 기술만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기다림일 것이다. 기다리는 자에겐 자신의 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줄 수 있는 복도 있기 때문이다.

 

난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난 너와의 우정을 얻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라. 네 잘못을 나는 용서할 수 있다고 단번에 자비를 과시하는 대신, 네 잘못이 애초에 네 것이 아니라고 10번을 말하라. 끝내 그가 애초에 그의 것이 아닌 잘못을 그로부터 떼어내 버릴 때까지, 10번이고 거듭 말하라.

 

만남의 진정한 고수는 다양한 만남의 기술로 무장한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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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아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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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라고 몇번이고 말할 수 있는 어른...그런 아비....볼 때마다 울컥해지는 명장면일세...아침부터 이렇게 무장해제가 되면 곤란한데..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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