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만남은 승부를 가리는 일이 아니다(1) : <웰컴 투 동막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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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한 의사소통은 능숙한 말솜씨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언어란 저마다의 생활 세계를 반영하는 것인 만큼 너와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편견 없이 인정하고 존중해 줄 때 의사소통의 장벽들은 무너진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이념이나 세계관을 초월하는 관용의 인간들이 모여 사는 ‘동막골’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1950년 늦가을, 미군 스미스(스티뷰 태슐러 분)가 조종하던 정찰기 ‘스패로우A1’이 동막골 인근 산에 추락한다. 동막골 사람들은 부상당한 스미스를 정성껏 돌보고, 부락 사람들 중 좀 배웠다 하는 김 선생은 엉성한 영어회화 책을 보며 스미스와 의사소통을 시도하나, 어림도 없다.
하사관 장영희(임하룡 분)와 소년병 서택기(류덕환 분), 이 둘을 이끌고 이북으로 철수 중인 인민군 장교 리수화(정재영 분)는, 정신이 조금 모자란 동막골 처녀 여일(강혜정 분)과 산중에서 조우한다. 여일은 리수화가 자신에게 겨누는 총에 전혀 겁먹지 않는다. 여일이 총에 겁먹지 않는 것은 그녀가 정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삶을 모르기 때문이다. 리수화 일행은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여일을 따라 동막골로 피신한다.
같은 시간. 피신하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한강다리 폭파 임무를 차마 수행하지 못하고 탈영해 자살을 생각하는 국군 소위 표현철(신하균 분)은 진영에서 이탈한 국군 위생병 문상상(서재경 분)과 함께 약초 캐러 나온 동막골 부락인 한 명에게 총을 들이대며 동막골로 피신한다. 이들을 동막골로 안내하는 부락인은 처음 본 사람에게 작대기(총)를 얼굴에 들이대는 문상상의 인사법에 의아할 뿐이다. 역시 의사소통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인민군 리수화, 장영희, 서택기, 이 셋과 국군 표현철과 문상상은 동막골에서 만나자마자 총을 겨누며 대립하지만, 동막골 부락민들은 이들의 대립을 이해하지 못한다.
동막골 부락민들은 기본적으로 삶의 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만남의 방식도 다르다. 전쟁 상황인 인민군이나 국군들의 적대적 만남은 그들의 삶에서는 옳지 않다기보다는 아예 불가능하다. 그들은 적과 만나 승리하는 삶은 모르고, 적을 만들지 않는 삶만을 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는 모르고, 아예 승부를 가린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jMXe-qkuS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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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라이팅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