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상처와 상실의 세월(1) : <신 시네마 천국> >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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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기나긴 상처와 상실의 세월(1) : <신 시네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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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한 포기가 꽂혀 있는 낡은 화분 너머로 지중해가 펼쳐져 있다. 카메라가 천천히 후진하면 화분이 자리한 곳이 어느 가난한 시골집 발코니의 얕은 담 위임을 알 수 있다. 카메라의 시선은 창문을 지나 소박한 거실 풍경 안으로 향한다. 모과 몇 개가 놓인 테이블이 보이고, 그 옆에 앉아 있는 노파가 모습을 드러낸다. 토토의 어머니다.

 

노파는 그 누군가에게 어렵사리 전화해 부탁한다. 30년이 지나도록 고향에 돌아오지 않는 아들에게 알프레도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전해달라고. 아들과 직접 전화하기도 용이하지 않은 모양이다.

 

웅장한 로마 시내의 빌딩을 뒤로 하고 세련된 벤츠 승용차를 몰며 귀족 풍모를 가진 한 중년의 신사가 귀가하고 있다. 바로 이 신사가 그 노파의 아들이다. 이탈리아 최고의 영화감독이 된 중년의 토토, 살바토레(재끄스 페린 분).

 

호화스러운 빌라에 들어온 살바토레는 최근 동거하기 시작한 애인으로부터 알프레도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빌라엔 왠지 모를 냉기가 흐른다. 행복이 가득한 집이 결코 아니다. 살바토레는 침통한 기분에 사로잡혀 시칠리아 섬 작은 고향 마을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깜찍한 악동 토토로 인생의 필름을 되돌린다.

 

토토(살바토르 카스치오 분)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성당으로 달려가 신부님의 일을 돕는다. 토토가 내키지 않는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바로 영화를 훔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모두 신부가 검열을 하게 되는데 키스신이 나올 때마다 신부는 방울을 흔들고 영사기사인 알프레도는 그 부분의 필름을 잘라서 삭제한다.

 

토토가 사는 가난한 섬 마을에는 휴식 공간인 광장이 있고, 그 광장에는 시네마 파라디소(시네마 천국)’라는 낡은 영화관이 있다. 이 영화관은 마을의 유일한 오락거리이다.

 

토토는 영사기를 자유자제로 조작하는 기사 알프레도(필립 느와레 분)가 마술사 같아 보인다. 알프레도는 자신의 일에 깊은 관심을 갖는 토토의 마음을 환히 꿰뚫어 보고 있다. 하지만 영사 기사가 그리 발전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리고 가연성의 필름에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르는 까닭에 토토의 영사실 출입을 허락지 않는다.

 

하지만 토토에게 기회가 온다. 초등학교 졸업 검정시험을 치러 온 알프레도와 토토. 알프레도가 답을 몰라 쩔쩔맨다.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답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토토가 영사기 돌리는 일을 가르쳐주면 답을 알려주겠다고 하자, 알프레도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한다. 이제 토토의 본격적인 영화 인생이 시작될 것이다.

 

토토는 알프레도에게 영사기술을 배워 나간다. 토토의 모든 생활은 영화와 연결되어 있다. 토토는 영화 상영 중간의 뉴스를 보고 아버지의 전사 소식도 알게 된다. 눈물 흘리는 엄마의 손을 잡고 전후의 폐허를 지나면서도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를 보며 행복한 상상에 잠긴다.

 

알프레도와 토토는 영화를 매개로 해서 세상과 연결된다. 인생 공부에 다른 방법은 불필요하다. 영화는 충분히 많고 그 영화들은 제각기 다른 진실을 두 사람에게 가르쳐 준다.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알프레도의 입에서 나오는 의미심장한 말들은 모두 같은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 보면서 외운 대사들이다.

 

또한 영화관은 마을 사람들의 인생 자체였다. 마을의 모든 이들이 영화를 보며 울고 웃는다. 사춘기 소년들은 영화를 보고 수음을 하고, 젊은 연인들은 사랑을 나누며,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는 젖을 먹였다. 중년의 노신사는 전쟁 영화를 보며 심장마비로 죽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극장이 협소한 탓에 극성스러운 마을 사람들을 모두 입장시키지 못한 날, 알프레도는 그들을 위해 광장에 야외 상영을 해준다. 토토도 광장에 나가 영화를 보고 있는 사이 영사실에 화재가 나고 불은 순식간에 극장 전체로 퍼진다. 토토는 쓰러진 알프레도를 간신히 끌고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알프레도는 화상으로 시력을 잃는다.

 

복권에 당첨된 한 나폴리 사람이 시네마 파라디소가 사라진 자리에 누오보 시네마 파라디소(신 시네마 천국)’을 건립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알프레도를 대신해 토토가 영사기사를 맡게 된다.

 

어느덧 청년이 된 토토(마르코 레오나르디 분)는 소형 영사기를 가지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보물인 촬영기에 찍힌 엘레나(아그네스 나노 분)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시력을 잃은 후, 더 많은 것을, 더 먼 것을,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을 볼 수 있게 된 인생의 스승 알프레도는 사랑에 빠진 토토에게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해 준다.

 

옛날에 왕이 있었다. 어느 날 무도회를 열어 모두에게 궁을 개방했다. 병사는 그 무도회에서 공주를 보았다. 아름다운 공주에게 병사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병사는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신분의 차이는 엄연했고, 공주는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공주는 병사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자신이 사는 성벽 아래에서 100일 동안 자신을 기다린다면 사랑을 받아들이겠노라고. 병사는 하염없이 기다렸다. 10, 20, 30……, 드디어 99일째가 됐다.

 

공주는 병사의 정성에 감복했다. 내일이면 문을 열고 나가 드디어 병사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하지만 병사는 떠나고 없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서.”

 

토토는 엘레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만 엘레나는 거절한다. 토토는 알프레도가 들려준 병사 이야기처럼 매일 밤 일이 끝나면 엘레나에게 그녀의 창밖에서 기다리겠노라고, 맘이 바뀌면 창문을 활짝 열어달라고 한다.

 

100일 간의 기다림. 마침내 스무 살의 마지막 밤, 엘레나는 끝내 창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엘레나가 토토를 찾아 영사실로 직접 찾아온다. 첫 키스와 함께 그들의 사랑도 시작된다. 첫사랑 엘레나, 스무 살 시절 토토에게는 엘레나가 인생의 전부였다. 하지만 부자인 엘레나의 부모님은 가난한 영사기사인 토토를 반대했다.

 

엘레나는 대학 진학을 위해 토스카나로 이사 가게 되었고 토토는 예상치 않던 입영통지서를 받게 된다. 이제 얼마 있으면 그들은 헤어져야 하는 운명이다. 아버지의 눈을 피해 토토에게 온 엘레나는, 돌아오는 목요일 5시 영화관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황급히 떠난다. 그녀는 가족을 버리고 토토를 택한 것이다.

 

약속의 날 5시에 영화관 앞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하지만 그녀는 없다. 발자국 소리에 황급히 영사실을 나가 보지만 알프레도 아저씨다. 토토는 알프레도에게 영사실을 맡기고 고물 자동차를 몰고 엘레나 집에 가 보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엘레나가 그를 버린 것이다. 세상의 전부였던 엘레나가…….

 

1년 동안의 군복무를 마친 후 고향 마을에 돌아온 토토는 제일 먼저 알프레도를 찾아 간다. 그리고 둘은 해변에서 무거운 대화를 나눈다.

 

http://www.youtube.com/watch?v=ZNqvsXxzhEg&feature=player_detailpage

 

그녀 소식은 들었니?”

아니요. 아무도 그 애가 어디 있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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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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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서 영화를 보는것도 재밌지만, 영화로 직접 보는것도 재밌을거 같군요.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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