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기나긴 상처와 상실의 세월(3) : <신 시네마 천국>
본문
‘신 시네마 천국’이 폭파된다. 마을 사람들은 깊은 슬픔에 잠긴다. 폭음에 엘레나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폭파되어야 할 것이 폭파된 것이다. 30년만에 재회한 살바토레와의 모진 사랑은 어제 차 안에서의 잠깐 동안으로 완전히 끝났음을 깨닫는다. 살바토레는 먼지로 뒤덮인 건물 잔해를 넋 나간 듯 바라본다. ‘신 시네마 천국’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여!
살바토레는 알프레도가 자신을 위해 남긴 유품인 필름 통을 가지고 로마로 향한다. 떠나기 전 엘레나에게 전화해 둘의 사랑을 포기 못하겠다고 말하고 잘못된 운명을 바로잡아 보려 하지만 엘레나는 단호하다. 그리고 그녀가 옳다.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은 이제 오직 추억으로만 남았다. ‘신 시네마 천국’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듯이…….
로마로 돌아온 살바토레는 알프레도가 유품으로 남긴 필름을 시사실에서 틀어본다. 신부의 검열에 수없이 잘려나간 키스 장면들이 계속 이어진다. 살바토레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는다. 하지만 그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고인다. 그리고 알프레도 아저씨의 말을 떠올린다. “토토, 이것은 분명 네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때가 되면 돌려주마.”
http://www.youtube.com/watch?v=2AOWWTilu6Q&feature=player_detailpage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인생이 무엇인지, 무엇을 견뎌야 하는지, 무엇을 아쉽지만 잊어야 하는지,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키스가 무엇인지 그 미소와 촉촉한 눈속에 정답이 총총히 빛난다. 살바토레는 터질 듯한 감동을 느낀다. 그리하여 필름에 담는 영화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영화의 진정한 감독이 된다.
♣
“네가 떠나고 나서 네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매일 너한테 전화했었지. 그런데 항상 다른 여자가 받더구나.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사랑이 없었단다. 때때로 네가 보고 싶었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엘레나)을 만나 여기서 정착하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네 삶은 저 너머(로마)에 있었지. 여기에 있는 모든 것들은 유령이란다. 이제 그만 엘레나를 잊어라.”
30년 동안 아들, 토토를 기다려 온 어머니의 놀라운 대사다. 그렇다. 저 너머로 건너간 삶을 유령에 불과한 이곳에서 살 수는 없다. 이곳이 아무리 그리워도, 이곳이 아무리 사라져선 안 될 고귀한 추억의 고향이어도, 이곳이 아무리 영원히 잊힐 수 없는 영혼의 안식처이어도.
우리가 인생을 얼마나 가치 있게 살았는지는, 우리가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했을 때 도리어 분명해진다. 우리가 그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그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도리어 분명해진다. 인생과 사랑의 운명은 실로 고약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는 대가로, 기나긴 ‘상실의 세월’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가 ‘상실의 세월’을 무던히 견디고 나면, 운명은 그 잃어버린 세월의 조각들을 고스란히 되돌려 준다. 잘 견뎠다고, 잘 살았다고, 미안하다고, 이제 진짜 인생과 사랑을 가지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여 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천국의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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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한 15년 전에는, 제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지금 보니,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지 끔찍하네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안 좋은 글을 왜 올리냐고요? 유시민의 을 읽고 나니, 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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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베레비는 또 이렇게 말했죠.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과 한패가 되는 게 아니라, 한패가 되고 나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 아닌가요?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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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가 보지도 들어 보지도 못한 교회 사진을 이렇게 올리며 갈릴레오의 참회성사를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존재가 은혜라면 은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2015-03-27
댓글목록2
변태님의 댓글
아온님의 댓글
잘려나간 키스...잘려나간 인생...
아... 진짜 눈물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