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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나는 누구인가? (2) : <트루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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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9 11:03 5,45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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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트루먼은 두 번 다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트루먼은 그녀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잡지에서 배우들의 사진을 찢어 그녀의 형상을 기억나는 대로 짜 맞춘다. 어딘가 있을 그녀를 만날 그날을 고대하며.

 

다음날 아침,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을 하는 트루먼. 그때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라디오에서 자신의 모든 행동이 생방송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혼란스러운 트루먼은 회사가 아닌 다른 건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트루먼은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 자리한 세트장을 보게 된다. 도대체 뭐가 뭔지 알 도리가 없는 트루먼.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이 모든 이상한 상황들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트루먼은 실비아를 찾기 위해 씨 헤이븐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는 어떤 방법을 써 봐도, 막강한 조작자의 힘에 의해 방해 받는다. 트루먼은 씨 헤이븐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갇혀 있는 것이다.

 

또 다시 집으로 돌아온 트루먼은 아내 메릴에게 따진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고, 메릴도 한 패인 거냐고. 그러나 메릴은 트루먼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늘 그랬듯이 또 누군가에게 상품을 선전하는 듯한 말만 한다.

 

화가 난 트루먼이 그녀를 위협하는 순간, 겁에 질린 메릴은 소리친다. “어떻게 좀 해 봐요. 이런 상황에서 나보고 어쩌란 말이에요. 일이고 뭐고 정말 못해 먹겠어요!”

 

그때 친구인 말론(노아 에머리히 분)이 집으로 들어온다. 그는 혼란스러운 트루먼에게 자신만이 그의 진정한 친구라고 말한다. 그리고 며칠 전 거리에서 만났던 아버지를 트루먼과 다시 만나게 해 준다.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던 트루먼은 아버지와 감격적으로 재회한다.

 

그러나 트루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켜준 친구인 말론의 말에도, 감격적으로 재회한 아버지의 말에도 진심이 없음을 트루먼은 느낀다. 당연하지 않은가. 말론, 그리고 아버지가 하는 말은 그들의 마음이 아닌 제작자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 분)의 말이니까.

 

그리고 트루먼은, 왠지 모르지만 이곳 씨 헤이븐은 자신이 반드시 벗어나야 할 곳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이제 이 모든 상황들을 정리해보자. 짐작했겠지만 트루먼의 삶은 잘 짜여진 각본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든 사람은 바로 크리스토프. 그는 TV프로그램 제작자이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의 이름은,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트루먼쇼>.

 

그는 방송 날짜에 맞춰 태어난 한 아이를 입양하여 전 세계에 24시간 생방송으로 그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방송했다. 이 프로는 단 하루도 단 1분의 쉼도 없이 24시간 방송된다. 물론 광도도 없다. 세트장 자체가 온통 광고요, 메릴이 보여주는 상품이 바로 광고인 것이다.

 

<트루먼쇼>220개의 나라로 생중계됐고,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을 만큼 큰 인기와 관심을 끌고 있는 프로다. 시청자들은 트루먼이 일어나면 같이 하루를 시작했고 그가 잠자는 모습을 보며 함께 취침을 할 정도였다.

 

크리스토프는 씨 헤이븐이라는 거대한 세트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의 루나룸 방송국에서 트루먼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쇼를 제작한 것이다. 5천 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씨 헤이븐에서 트루먼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30년을 살았다.

 

아무런 의심 없이 행복하게 살았던 트루먼에게 씨 헤이븐은 위장된 공간인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부모님과 아내 심지어 오랜 친구인 말론까지도 크리스토프가 고용한 배우였다. 이쯤 되면 영화 <트루먼 쇼>는 그 어떤 호러물보다도 잔혹한 특급 호러물이 아닐 수 없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 트루먼. 그는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과 웃음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잔디도 더 열심히 깎는다. 다시 평화로워진 그의 모습을 보며 루나룸 방송국 사람들은 안심한다. 트루먼은 다시 예전처럼 행복해진 듯 보였다. 그러나 그날 밤 트루먼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트루먼의 탈출 작전이 시작되었다. 30년만에 처음으로 방송이 중단된다. 온 마을이 비상사태다. 아니 씨 헤이븐이 비상사태다.

 

영리한 크리스토프는 직감한다. “바다를 비춰.” 달이 스포트라이트가 되어 바다를 비춘다.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트루먼이 보인다. 다시 방송이 나간다. 크리스토프는 가히 천재적인 연출가라 할 만하다. 그의 놀라운 연출력을 그 누가 따라갈 수 있을까!

 

그러나 순순히 트루먼을 놓아 줄 크리스토프가 아니다. 그는 폭풍을 일으켜 트루먼이 다시 씨 헤이븐으로 돌아오게 만들려 한다. 번개를 쳐서 돛을 부러뜨리고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트루먼이 탄 배를 삼켜버린다.

 

트루먼은 하늘에 대고 소리친다. “날 막을 생각이라면 차라리 죽여라.” 크리스토프를 비웃듯 트루먼은 소리치며 노래한다. 그러나, 크리스토프는 가장 강한 폭풍을 일으킨다. 전 세계 사람들은 숨죽여 방송을 지켜본다. 세계 방송 사상 최초로 살인 장면을 연출하게 될지도 모르는데도, 크리스토프는 폭풍을 멈추지 않는다.

 

거대한 파도가 몇 번이고 트루먼의 배를 덮친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는 트루먼이 견디기 힘들 정도다. 안간힘을 쓰며 줄에 매달리는 트루먼. 그러나 배가 뒤집히고 물에 빠진 트루먼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간다. 그때서야 크리스토프는 폭풍을 멈춘다.

폭우가 멈춘 바다. 바다는 다시 고요해졌다. 다시금 햇살을 비추는 하늘. 배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트루먼은 다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있는 힘껏 돛을 올린다. 트루먼은 크리스토프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

 

얼마나 갔을까. 갑자기 배가 이상한 벽에 부딪힌다. 트루먼은 손끝으로 그 벽을 만진다. 그리고 그 벽을 부수려 손으로 때려본다. 아무리 부수려 해도 그것은 너무도 단단하고 거대하게 그의 앞을 가로 막고 있다. 그는 오열한다.

 

마음을 가다듬은 트루먼. 그는 가짜 하늘과 구름의 벽을 타고 놓여 있는 계단을 올라간다. 비상구라고 씌어 있는 문을 조심스레 밀어본다. 그리고 이윽고 삐걱대며 문이 열린다.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린다. 크리스토프가 말한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HV_YLj7d9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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