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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나는 누구인가? (3) : <트루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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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9 11:05 6,01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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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얘기하게, 다 들리니까.”

당신은 누구죠?”

난 수백만 명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프로를 만들지.”

난 누구죠?”

자넨 스타야.”

전부 가짜였군요.”

자넨 진짜야. 자넬 만나게 돼 기쁘구먼. (돌아서 나가려는 트루먼을 향해) 내 얘기를 듣게. 이 세상에는 진실이 없지만 내가 만든 그곳은 다르지. 이 세상은 거짓말과 속임수뿐이지만 내가 만든 세상에선 두려워할 게 없어. (미소를 지으며) 난 누구보다 자넬 잘 알아.”

헛소리 집어치워요.”

“(망설이는 트루먼을 보며) 두렵지? 그래서 자넨 떠날 수 없지. 괜찮네. 다 이해해. 난 자네 인생을 지켜봤어. 자네가 태어나는 것도, 첫 걸음마를 떼는 것도, 입학하는 것도 지켜봤지. 처음 거짓말하는 것까지도. 자넨 떠나지 못해. 자넨 여기 속해 있어. 내 세상에……. 말해봐. 뭐든지. (소리치며) 말하라니까 지금 생방송중이야. 생방송 중이란 말이야.”

 

이제 트루먼은 자신이 누구인지 비로소 알았다. 아니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죽음의 폭풍우를 견뎌 냈다. 씨 헤이븐이 훔쳐 간, 잃어버린 자신을 찾은 것이다. 비상구 앞에 선 트루먼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씨 헤이븐에서의 삶은 트루먼에게 그 어떤 상처도 내지 않았다. 행여나 다칠세라 트루먼을 안아주었다. 그 어떤 사람도 트루먼에게 화를 내거나 욕하지 않았다. 트루먼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각을 포기하고 씨 헤이븐에 머물러 살기만 한다면, 우리네 진짜 인간이 진짜 세상에 살면서 겪는 온갖 불행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크리스토프의 말대로 비상구로 나가는 순간, 트루먼은 진짜 세상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씨 헤이븐에서와 달리 고통과 절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_E8M_pGIyu4&feature=player_detailpage

 

트루먼은 오랜 악몽에서 벗어난 듯, 돌아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씨 헤이븐의 통치자 크리스토프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못 볼지 모르니까 미리 하죠. 굿 애프터 눈. 굿 이브닝, 앤 굿 나이트!” 그리고 크리스토프를 향해 멋진 폼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트루먼은 비상구를 열고 밖으로 나간다. 방송은 중단된다. 아니 <트루먼 쇼>는 이제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 수백만의 시청자들은 환호한다!

 

비상구를 나선 우리의 진정한 스타 트루먼은, 이제 우리와 같은 세상으로 왔다. 그리고 우리들과 하나도 다름없이 절망과 고통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절망과 고통의 폭풍우도 잘 견뎌 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들과 똑같이, 씨 헤이븐이 아닌 진짜 세상에서만 진정으로 맛볼 수 있는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크리스토프가 만들어 준 트루먼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만든 트루먼으로서,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도 진정한 스타가 될 것이다.

 

 

주어진 삶이 힘겨울 때보다 평탄할 때, 우리는 더욱 쉽게 우리 자신을 상실한다. 그 평탄함이란 실은 쟁취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주어진 것이기에, 우리는 길들여진 세상에 쉽게 안주하는 것이다. 크리스토프는 트루먼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자신의 씨 헤이븐으로 유혹하는 자다.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생략하고, 행복을 얻지는 못한다. 행복은 고통이라는 껍질 속에 들어 있는 열매이며,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 고통에 맞서는 나라고 하는 망치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씨 헤이븐을 벗어날 때, ‘를 찾은 트루먼에게 보내는 시청자들의 환호를 보라!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른 채 그저 살아가고 있던시청자들에게, <트루먼쇼>는 막을 내림으로써만 진정 위대한 가치를 가진다. 트루먼 역시, 인생에서 가장 허비한 날은 내가 누구인지 적극적으로 챙기지 못하고 보낸 날임을 우리에게 깨우쳐 줌으로써만 진정 위대한 스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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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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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 방향이 없듯이 깨달음에도 방향은 없어...두군데 장소에 동시에 있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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