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헤어질 때는 더 멋지게 (2)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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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첫 출근은 예상보다 빨랐다. 아니, 미란다의 비서직은 출퇴근과 주말이 없다는 사실을 앤디는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새벽 6시 15분. 수석 비서 에밀리로부터 떨어진 그녀의 첫 번째 업무는 크림을 뺀 세 잔의 라떼와 10cm를 덜 채운 블랙커피 한 잔을 회사로 가져오는 것. 앤디는 예상치 못한 호출에 서둘러 출근하지만 지각하고 만다. 미란다는 짜증을 내고 에밀리는 앤디에게 대놓고 면박을 준다.
한편 「런웨이」 소속 디자이너인 나이젤(스탠리 투치 분)은 앤디에게 맞는 하이힐을 선물해 준다. 앤디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채용되었고, 하이힐은 필요 없다고 당당히 말하지만 단화를 신은 자신을 날카롭게 쳐다보는 미란다의 눈총에 나이젤이 준 하이힐의 의미를 이해한다.
어느 날 부장들과의 컨셉 회의에 참석하게 된 앤디는 미란다가 블루 벨트의 미세한 색깔차이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데 대해 그만 피식, 하고 웃고 만다. 미란다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린 것이다. 패션이나 명품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앤디를 미란다는 보기 좋게 망신 준다.
“너는 네 옷장으로 가서 그 보플이 잔뜩 일어난 블루 스웨터를 골랐을 거야. 왜냐하면 그걸 껴입고 대단한 지성이나 갖춘 양 잘난 척을 떨면서 세상에게 다른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걸 말해주려고 말야. 하지만 넌 그 스웨터가 단순한 블루색이 아니란 건 모르는구나. 그건 그냥 터기 옥색이 아냐. 군청색이 아니지. 그건 세룰리언 블루야. 또 당연히 모르겠지만, 2002년에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세룰리언 가운을 발표했었지. 그 후엔 입센 로랑이었지. 아마, 그가 군용 세룰리언 색 재킷을 선 보였었고, 그 후 8명의 다른 디자이너들의 발표회에서 세룰리언 색은 속속 등장하게 되었지. 그런 후엔 백화점으로 내려갔고 그리고는 슬프게도 캐주얼 코너로 넘어간 거지. 거기 할인매장 상자에서 네가 그 옷을 찾아낸 것이 틀림없을 테고. 그렇지만 그 블루색은 수백 만 달러의 재화와 무수한 일자리를 창출했어. 그런데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네가 사실은 패션계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게?”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WlQ3Lq41T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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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한 15년 전에는, 제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지금 보니,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지 끔찍하네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안 좋은 글을 왜 올리냐고요? 유시민의 을 읽고 나니, 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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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베레비는 또 이렇게 말했죠.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과 한패가 되는 게 아니라, 한패가 되고 나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 아닌가요?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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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가 보지도 들어 보지도 못한 교회 사진을 이렇게 올리며 갈릴레오의 참회성사를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존재가 은혜라면 은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201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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