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헤어질 때는 더 멋지게 (4)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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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는 가고, 네이트와 헤어진 앤디는 드디어 파리에 도착했다! 앤디는 리무진 창밖으로 파리의 밤이 자기 옆으로 재빨리 움직여 지나가는 것을 바라본다. 그녀는 경외감에 사로잡힌다.
‘프라다를 입은 악마’들의 잔치인 패션쇼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온 앤디는 맨 얼굴의 미란다와 마주친다. 일중독자 미란다는 재혼한 남편과 또 이혼을 하게 되었다. 되도록 보도를 축소시키라는 지시를 내리는 미란다에게 앤디는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미란다는 무표정이다.
한편 나이젤은 미란다의 방을 찾는다. 자신이 미란다의 추천으로 제임스 홀트의 파트너 자리에서 오너로 일하게 되었다며 미란다와 축배를 들고 싶어서다. 늘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싶어했던 나이젤의 꿈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앤디는 언제나 자신에게 친오빠같이 대해준 동료, 나이젤에게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파리는 사랑의 도시. 늘 그녀에게 호감을 가졌던, 그리고 도움도 주었던 크리스찬 톰슨과 저녁을 하게 된 앤디는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파리는 이쯤의 일탈을 용납하는 곳 아닌가! 다음 날 아침 그녀는 크리스챤으로부터, 엘리어스 클라크 출판사의 회장이 미란다를 해고시키고 프랑스판 편집장인 자끌린을 미국판 편집장으로 영입하려는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앤디는 서둘러 미란다를 찾아간다. 평생 「런웨이」를 위해 자신의 삶은 물론 자신의 가정까지도 포기한 미란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려는 것이다. 앤디는 모든 사실을 미란다에게 알렸지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너무나 차분하다.
「런웨이」의 창간 72주년을 축하하는 자리. 미란다는 제임트 홀트의 새로운 파트너를 발표한다. 그러나 그 파트너는 뜻밖에도 나이젤이 아닌 자끌린이다. 앤디는 놀란다. 낙담한 나이젤을 보며 안타깝기만 하다. 웃으면서 자끌린에게 박수를 보내는 저 미란다라는 여자는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 그녀를 바라보는 앤디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다음 파티 장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미란다는 앤디에게 그간 있었던 복잡한 권력 싸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몰랐을 줄 알았니? 이미 오래 전에 눈치 챘단다. 자끌린에게 적당한 자릴 물색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이야. 제임스 홀트 쪽의 자리를 제안했더니 마침 거액 연봉에 혹해서 파트너 자리를 덥석 물더군. 그래서 어브(엘리어스 클라크 출판사 회장)에게 자끌린은 이제 「런 웨이」를 맡지 못할 거라고 했지. (……) 특히나 리스트가 결정적이었지. 그 리스트에는 내가 발굴하고 키워온 디자이너, 사진작가, 편집자, 작가, 모델들 모두의 명단이 들어 있었지. 내가 「런 웨이」를 떠난다면 내가 어디를 가든 모두 날 따라 옮기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이지. 그래서 회장도 재고할 수밖에 없었지. 그나저나 네가 그렇게 나에게 경고해 주려고 하다니 아주 아주 감동 받았어. 네가 그렇게 할 줄은 전혀 생각 못 했어, 앤드리아. 넌 정말 날 많이 닮은 것 같아. 넌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 무얼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고 너 스스로를 위해 결정을 내릴 줄도 알아.”
“전 그렇지 않아요. 전, 나이젤한테 그런 짓은 못해요.”
“벌써 했잖아. 에밀리한테.”
“그건 달라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아니 넌 분명 널 위해 선택했어. 넌 출세하고 싶었던 거야. 그건 네가 이런 삶을 원했단 뜻이지. 그러기 위해 이런 선택이 불가피한 것이었지.”
“이게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면요? 전 선생님처럼 살고 싶지 않다면요?”
“오, 철없는 소리 하지 마, 앤드리아. 누구나 이런 삶을 원해. 다들 ‘우리’처럼 되길 원해.”
미란다와 앤디를 태운 리무진이 다음 파티장이 있는 웅장한 건물에 접근한다. 미란다는 선글라스를 쓰고 웃으며 리무진 문을 연다. 도로에는 수많은 사진기자들이 즉시 그녀를 에워싼다.
미란다가 무수히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맞으며 레드 카펫 위를 걷는다. 앤디는 미란다 뒤에서 조용히 내려 미란다가 기자들에 의해 둘러싸인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냉정하게 발걸음을 돌린다. 미란다가 건물로 막 들어가려고 할 때 그녀는 깨닫는다. 앤디가 그녀 곁에 없다는 것을.
앤디는 미란다를 버린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친구이자 오랜 동료인 나이젤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미란다처럼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앤디의 휴대폰이 울린다. 미란다다. 하지만 앤디는 휴대폰을 분수대로 던져 버린다. 그리고 가던 길을 성큼성큼 걸어간다. 프라다를 벗고, 미란다의 제국에서 빠져나온다. 미란다와의 짧은 만남 역시 이렇듯 드라마틱하게 끝났다.
홀로 뉴욕으로 돌아와 네이트를 찾아간 앤디는 미안함을 전하고, 자신의 신념을 저버렸던 일을 후회한다. 늘 주방 보조였던 네이트는 부주방장으로 일하게 되었다며 앤디를 반긴다. 그리고 그동안의 앤디의 모습도 넓은 도량으로 이해해 준다.
앤디는 다시 직장을 구하려 이력서들을 곳곳에 넣었고, 「뉴욕 미러」 신문사에서 답신이 왔다. 면접을 보러 간 앤디는 「뉴욕 미러」의 편집장 그레그로부터 미란다가 친필로 신문사에 팩스를 보낸 사실을 알게 된다. 놀랍게도 미란다는 비서로서의 그녀를 그리고 신념을 지키는 그녀를 인정하고 이해했다. 그녀가 그레그에게 보낸 팩스가 그것을 말해준다.
“앤드리아는 내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비서였다. 하지만 그녀를 채용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멍청이다.”
결국 미란다의 추천으로 앤디는 「뉴욕 미러」에 취직하게 된다.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을 안겨 줄 직장을 얻은 것이다.
미란다 정도의 거물이라면, 촌뜨기 사회 초년생 앤디의 기자로서의 앞날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란다는 미움을 미움으로 갚지 않았다. 수석 비서로까지 배려했음에도 자신을 버리고 간 배은망덕한 앤디에게 우호적인 추천장을 보내주었다. 자신의 제국 못지않게 앤디의 세계도 인정했던 것이다. 미란다는 ‘멋지게 헤어지는 법’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신문사에서 나와 엘리어스 클라크 출판사 앞을 지나가게 된 앤디는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으며 출판사 빌딩에서 나오는 미란다를 본다. 앤디는 눈으로 손으로 미란다를 향해 인사한다. 당신을 만났던 것은 내 인생에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미란다는 애써 앤디를 외면하고 리무진에 탄다. 하지만 리무진 안에서 미란다는 앤디와 짧은 만남의 시간들을 회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아주 잠깐 동안만!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DNlBL3Pxz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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