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헤어질 때는 더 멋지게 (5)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본문
미란다는 아마도 그 잠깐 동안, ‘프라다를 입은 악마’의 냉혹한 세계에서는 절대로 쏟아낼 수 없는, 앤디의 명품처럼 빛나는 감동적인 글들을 상상했으리라. 앤디의 행복을 빌어주었으리라. 그리하여 그녀의 바람대로 앤디는 값진 사람과의 값진 만남과 멋진 헤어짐을 바탕으로 정말로 행복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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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 <사기>에 나오는 기황양의 이야기를 읽었다. 원수일지언정 해호를 추천하는 기황양의 공평무사함이 놀라울 뿐이다. 기황양의 공평무사한 추천으로 남양 현령이 된 해호는 과연 훌륭히 임무를 마쳤다고 한다.
세계적인 패션지 <런웨이>의 편집장이요, 도나텔로 베르사체, 힐러리 클린턴, 조르지오 알마니 등 전 세계 유명인사들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려 256개나 받는 미란다. 그녀에게 한갓 사회 초년생에 불과한 앤디가 등을 돌렸다. 미란다는 커다란 상처를 입었으리라. 하지만 미란다는 자신을 떠나간 앤디를 위해 우호적인 추천장을 보냈다.
미란다의 제국에 환멸을 느껴 등을 돌린 앤디에겐 이 우호적인 추천장이 또한 강펀치다. 미란다는 앤디를 이해하고 인정했다. 거대한 성채 같은 카리스마, 그리고 오만과 술수로 가득 찬 악마에게도 따뜻한 우정이 숨 쉬고 있다는 데 놀라울 뿐이다.
앤디가 미란다를 만난 것은, 멋지게 헤어졌기에 비로소 커다란 행운이 되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저 뉴욕에 환생한 기황양 같은 인물에게 감사의 마음과 함께 지어 보이는 앤디의 순수한 미소. 리무진 안에서 ‘너만 한 비서가 내 인생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미란다도 짓게 되는 뿌듯한 미소.
멋지지 않은가? 이쯤 돼야 명품 만남, 명품 헤어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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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온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