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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철학] 만남은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 (1) : <사랑이 머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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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30 21:19 5,271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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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 : <사랑이 머무는 풍경>

 

 

잿빛 노을이 뉴욕 시내를 서서히 삼키는 저녁. 크고 작은 오피스타워들은 새로운 빛과 어둠의 세계로 옷을 갈아입는다. 해는 져도 뉴욕의 밤은 도리어 분주해진다. 사무실 이곳저곳을 휘돌며 에이미(미라 소르비노 분)는 휴가 중 손볼 기획서들을 챙긴다. 건축 디자이너인 그녀는 동료 베시니의 권유에 못 이겨 온천 휴양지로 떠나는 길이다.

휴양지 부근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그녀는 어두운 도로 옆 작은 연못에서 아이스하키 스틱을 들고 스케이팅하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 순간 자동차 한 대가 그녀의 차를 추월해 가며 목적지 이정표를 비춰 준다. 덕분에 그녀는 숙소인 베어마운틴에 무사히 도착한다. 누군가? 저 남자는?

 

다음 날 그녀는 마사지를 받는다. 뉴요커답게 특별한 노력 없이, 하지만 재빨리 휴양의 효과를 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마사지사는 어제 보았던 바로 그 남자, 버질(발 킬머 분)이다. 경락 깊은 곳마다 단단히 뭉쳐 있는 뉴요커의 번다한 일상들이 정성어린 마사지에 녹아내리고, 에이미는 이유도 모를 눈물을 쏟아낸다.

마사지를 받다 울음을 터뜨린 것에 대해 사과도 하고 감사도 할 겸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에이미는 버질이 시각장애인임을 알게 되고 무척 당황한다. 버질은 세 살 때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에이미는 엉겁결에 또 한 번 사과하며 버질과 헤어진다.

버질은 집에 돌아왔지만 온통 에이미에 대한 생각뿐이다. 시각장애인이지만 건장한 청년이니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일었으리라. 다음 날 버질은 에이미의 룸으로 찾아가 자신이 시각장애인인 것을 미리 말하지 않아 그녀를 당황하게 만든 점을 사과한다. 둘은 서로 깔끔한 호감을 갖게 되고, 버질은 이곳 마을 파인크레스트를 에이미에게 소개해 준다.

여기 파인크레스트는 가로등이 52개 있어요. 저 왼쪽엔 우리 누나 제니가 선생님으로 있는 학교가 있어요. () (아예 지팡이를 접어 버리고) 길 건너편에 남자 보여요? 현관에 나와 있는 사람 말이에요. 줄담배 피우고 있죠? 내 친구 브루스예요. () (낡은 자동차 소리를 듣자) 저기 낸시가 오네요. 제가 찾는 점자책을 다 구해 주는 사서죠.”

버질은, 적어도 이곳 파인크레스트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아니다. 에이미가 그를 정상인으로 착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아뿔싸! 파인크레스트 다운타운의 끝에 이른 두 사람의 대화가 영화 <사랑이 머무는 풍경>의 가장 중요한 테마의 실마리를 어떻게 제공하는지 보자.

 

 

http://www.youtube.com/watch?v=NtBNOGCpPTM&feature=player_detail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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