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현대철학자들 10] : 푸코 (2)
본문
오리곤 주 주립 정신병원은 푸코가 말하는 전형적인 ‘타자 격리 수용소’이다. 따라서 이곳의 인간은 철저히 타자로서 길들여진다. 예를 들어 보자. 환자들과의 상담 치료 중, 빌리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고 레취드 수간호사에게 말하자, 래취드는 그걸 왜 어머니한테, 그리고 자신한테 말하지 않았느냐고 꾸짖는다. 빌은 사랑할 자유조차 부여될 수 없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체스윅이 레취드에게 반발한다. 빌이 말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 않냐고. 하지만 래취드는 여러분들을 위한 치료이기 때문에 말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받아친다. “여러분들의 치료를 위해서.” 래취드의 논리는 항상 이렇다. 하지만 진정 치료가 필요한 ‘완전히 의식을 잃은 환자’들은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의식이 있는 8명의 환자들만 치료를 받는다.
왜? 이들은 언제든지 동일자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더욱 치료를 통해 철저히 타자화시켜 놓아야 하는 것이다. 정신병원이라는 권력 기구는 이렇듯 동일자와 타자의 완벽한 격리가 목적이지, 타자의 동일자로의 회복을 위한 치료가 목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겉으로만 그러한 인도적인 목적을 가진 것처럼 위장할 뿐이다.
맥 머피는 환자들을 끌고 병원을 빠져나가 낚시를 다녀오거나 파티를 여는 등 의도적인 반항을 시도하지만 레취드 수간호사로 대표되는 병원내의 시스템의 막강한 권력에 의해 뇌수술을 받고 완전히 무력한 인간으로 전락한다. 그렇게 전락한 맥 머피를 본 브롬든 추장은 정신병원에서 죽는 날까지 타자로 소외될 맥 머피를 연민하는 마음으로 죽이고, 정신병원을 탈출한다.
* 브롬든 추장은 드디어 ‘뻐꾸기 둥지(정신병원=권력) 위로 날아간 새’가 된 것이다.
* 아버지가 백인들에게 살해되고, 자신들의 부족이 몰락하고, 자신도 동일자의 세계에서 타자로 전락해 정신병원에 감금된 브롬든 추장은 일부러 귀머거리, 벙어리 행세를 한다. 하지만 그는 타자에 머물 수 없다. 그는 강력한 동일자로의 신념의 인간이다. 그를 억압하던 주립 정신병원은 그 신념을 꺾어버리는 기관, 권력이다. 기어코 그는 래취드가 영원한 타자로 만들어 버린 맥 머피를 죽이고, 창살 창문을 부수고 탈출한다. 그가 죽인 것은 불쌍한 맥 머피가 아니라 동일자로부터 배타당하고 마는 타자의 운명이요, 그의 탈출은 그러한 운명을 강요하는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 맥 머피는 브롬든 추장에게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사람이다. 그래서 내심 브롬든 추장은 맥 머피에 대한 존경과 사랑과 우정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브롬든 추장은 맥 머피와 함께 정신병원을 탈출하려 했으나, 맥 머피가 강제로 뇌수술을 당해 절대로 동일자로 복귀할 수 없는 완벽한 타자로 추락하자, 맥 머피를 죽인다. 베개로 맥의 숨통을 막아 죽이기 직전 맥 머피를 껴안고 하는 그의 대사는 관객의 가슴을 절절히 울린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u7uyJrqu34w
“맥! 안돼! 너를 이대로 두고 갈 순 없어. 이렇게 놔 둘 순 없어. 나랑 같이 가. 가자!”
* 영화 「뻐구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정확하게 푸코의 <광기의 역사>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어로 뻐꾸기(cuckoo)는 ‘광인(狂人:미친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결국 세상의 모든 타자들을 광인으로 낙인 찍어 감금하는 곳이 ‘뻐꾸기 둥지’이다. 하지만 이 뻐꾸기 둥지가 얼마나 견고할까?
* 맥 머피는 죄인을 감금하는 ‘감옥’이 싫어, 오직 편해지려는 마음에 오리곤 주 주립 정신병원으로 왔지만, 그는 감옥보다 더 잔혹한 정신병원의 실상을 알아채고는 분노한다. 그리하여 한낱 범죄자에 불과한 맥 머피는 뻐구기 둥지의 권력 구조에 서서히 금을 내는 선구자 역할을 한다.
* 맥 머피에 의해 타자들은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한다. 뭘? 자신이 타자라는 사실을. 자신도 동일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을 동일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신병원이 제대로 된 정신병원이라는 사실을. 이러한 자각에 이르자, 래취드는 이 선구자를 강제로 뇌수술시켜 비참하게 좌절시킴으로써 기강을 잡으려 한다. 자신이 타자라는 자각에 이르는 그 순간, 곧 비참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래취드는 맥 머피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브롬든 추장은 탈출에 성공하고, 그의 탈출을 아는 순간 동료 환자들은 환호한다. 그들은 부서진 정신병원의 창살 창문을 보며 무엇을 생각할까?
http://www.youtube.com/watch?v=6_gu73Ye7GM&feature=player_embedded
* 영화에서, 맥 머피의 순교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브롬든 추장 단 한 사람이지만, 영화가 암시해 주는 미래에는 더 많은 새들이 ‘뻐구기 둥지’를 박차고 날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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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한 15년 전에는, 제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지금 보니,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지 끔찍하네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안 좋은 글을 왜 올리냐고요? 유시민의 을 읽고 나니, 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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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3
아온님의 댓글
뻐꾸기 둥지를 탈출해야겠지...
그 방법은 객관적 실체의 탐구가 아닐까?
변태님의 댓글
아온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