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현대철학자들 4] : 하이데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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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이데거의 공로 2 : ‘생활세계’의 위기를 깨달음
후설의 직계 제자이며, 당근 후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하이데거는 후설이 그랬던 것처럼, 주체와 대상이 결코 분리된 채 생각될 수 없다고 확신했다. 하이데거 철학의 가장 큰 공로는 “과학에 의해 식민지화되어 가고 있는 생활세계의 위기”를 깨닫게 해 준 점이다. ‘생활세계生活世界(life-world)’는 일상생활의 주관성 속에서 직접 경험하는 세계를 뜻하는 현상학 용어이다.
* 생활세계는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사용하는 과학의 객관적 ‘세계들’과 뚜렷이 구별된다. 생활세계는 개인적·사회적·지각적·실천적 경험을 포괄한다. 과학의 객관주의는 과학이 생활세계의 주관적 지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과 생활세계 자체를 불명료하게 치부해 버린다. 후설을 비롯한 현상학자들은 생활세계를 분석하고 설명하여 이론과 과학의 세계가 어떻게 생활세계에서 생겨나는가를 밝히고, 생활세계 자체의 평범한 현상을 발견하려고 애쓴다.
무식한 우리는, ‘생활세계’를 ‘인간의 정감이 자연과 생생하게 어우러지면서 살아 숨 쉬는 세계’라고 편하게 이해하면 된다. ‘생활세계’에서는 지극히 사소한 사물도 정겹게 인간의 생활이나 마음 씀씀이와 하나가 된다. 하이데거가 어떻게 “과학에 의해 식민지화되어 가고 있는 생활세계의 위기”를 깨닫게 해 줬는지는, 고흐의 그림, <고흐의 구두>에 대한 그의 해석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닳아 삐져나온 신발 도구의 안쪽 어두운 틈새로부터 노동을 하는 발걸음의 힘겨움이 굳어 있다. 신발 도구의 옹골찬 무게 속에는, 거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한결같은 모양으로 계속해서 뻗어 있는 밭고랑 사이를 통과해 나아가는 느릿느릿한 걸음걸이의 끈질김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가죽 표면에는 땅의 축축함과 풍족함이 어려 있다. 해가 저물어감에 따라 들길의 정적감이 신발 밑창 아래로 밟혀 들어간다. 대지의 침묵하는 부름, 무르익은 곡식을 대지가 조용히 선사함 그리고 겨울 들판의 황량한 휴경지에서의 대지의 설명할 수 없는 거절이 신발 도구 속에서 울리고 있다. 빵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데에 대한 불평 없는 근심, 궁핍을 다시 넘어선 데에 대한 말없는 기쁨, 출산이 임박함에 따른 초조함 그리고 죽음의 위협 속에서의 전율이 이러한 신발 도구를 통해 스며들어 있다. 대지에 이러한 도구가 귀속해 있고 농촌 아낙네의 세계 안에 이 도구가 보호되어 있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가? 하이데거라는 20세기 철학의 거장이 다름 아닌 시인, 혹은 미학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거 아주 중요하다. 하이데거는 2,500년 동안의 서양철학이 철학의 수단으로 삼았던 언어 구사 방식을 거부한다. 그는 냉철한 논리학자나 형이상학 이론가가 아니라 시인이 된 것이다. 미학적 인간이 된 것이다. 하이데거 이후의 현대철학자들 대부분도 이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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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온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