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현대철학자들 4] : 하이데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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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이데거의 공로 3 : ‘존재’와 ‘존재자’의 구분
하이데거는 왜 시인이 되었을까? 왜 이제까지의 언어 구사 방식을 거부했을까? 당근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는 ‘존재자’와 ‘존재’를 명확히 구분했다. 그런데 ‘존재자’는 이제까지의 언어 구사 방식으로 설명이 가능했지만, ‘존재’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는 시인이 된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잘 알아야 한다. 어쩌면 하이데거를 아는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다.
세계 속에 존재하는 것들, 이를테면 바위, 꽃, 새 등은 모두 존재자(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존재란 무엇인가? 그런데 이 물음, “존재란 무엇인가?”는 모순되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이 물음은 이미 ‘존재’가 ‘존재하는 것’, 즉 ‘존재자’임을 전제로 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존재’를 ‘존재자’와 구별하고 있는 하이데거로서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사유, 탐구, 관찰, 분석 등 이성의 무기들은 ‘존재자’에 대해서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뭔가 ‘있어야’ 가능하단 말이다. 그러나 이들 이성의 무기들은 ‘존재’ 그 자체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서양철학의 전통에서는 ‘존재’를 기술할 방식도, 언어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당근 하이데거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을 시(詩)에서 찾았다. 시인이 된 것이다. 아래는 하이데거의 유명한 말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인간은 언어라는 거처에서 거주한다. 사유하는 철학자와 시를 짓는 시인은 이 거처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언어를 통해 존재의 모습을 나타내고 언어 속에 보존하는 한에서, 존재는 자기 모습을 완전히 열어 보여 준다.”
* 현존재인 인간은 세계의 모든 존재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존재’의 의미를 묻는 존재자다.
‘존재’는 인간이 능동적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 ‘존재’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존재’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또 알고 있다. 하지만 ‘존재’를 정의할 수는 없다. 이건 거의 ‘숙명적 비극’ 수준이다. 인간의 언어가 갖고 있는 ‘숙명적 한계’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 한계를 극복해 낸다. 무엇으로? 시와 예술로.
* 무(無) 역시 우리는 절대로 논리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만약 무(無)를 ‘없음’으로 정의한다면, ‘없음’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코 말장난이 아니다. 세상에 인간이라고 하는 보잘것없는 존재가 구사하는 언어가 삼라만상을 명쾌하게 정의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네버 엑스다. 하지만 언어를 초월해 마음 깊은 곳으로 가 보자. 그러면, 우리는 무(無), 그리고 무(無)가 아닌 유(有)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톨스토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그는 왠지 ‘존재’를 잘 알고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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