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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철학] [현대철학자들 3] : 소쉬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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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쉬르의 혁명과 구조주의

 

소쉬르는 <일반언어학강의>를 가지고, 후설과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데카르트를 흔들어 버린 언어학자이다. 후설은 수학자 출신 철학자, 프로이트는 정신과 의사, 소쉬르는 언어학자이다. 결국 근대 철학의 시조인 데카르트를 뒤흔들어 버린 Big3 중 철학자인 사람은 후설뿐이다. 뭐 언제나 그렇듯, 다른 시각에서 봐야, 제대로 보는 법이다.

 

소쉬르는 생전에 <일반언어학강의>를 출간하지 못하고 죽었다. 그의 뛰어난 제자들이 강의 노트를 바탕으로 출간한 것이다. 제자들이 대견하지 않은가? 각설하고 소쉬르의 <일반언어학강의>1916년 출간되자, 서양 지성계는 난리가 났다. ? 새로운 언어학 책이 나와서? 네버 엑스. 바로 주체가 소멸해 버려서. 주체가 뭔데? 앞에서 몇 번이나 말했다. 데카르트가 말하는 ’, 혹은 나의 의식이다.

 

본격적인 학문으로서의 언어학은 소쉬르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런데 학문이 성립하려면, 학문이 연구하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소쉬르가 도대체 무엇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는가이다. 먼저 답을 말하자면, 바로 랑그를 언어학의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다. 그럼 그 이전 언어 연구자들은 뭘 연구 대상으로 봤는데? 바로 소쉬르가 얘기하는 빠롤이다.

 

* 랑그(Langue)는 주로 언어라고 번역된다. 언어가 곧 랑그인 것이다. 물론 이 때 언어는 일반적인 언어가 아니라 학술어로서의 언어이다. 그리고 빠롤(Parole)은 주로 화언’, ‘발화’, ‘발언이라고 번역된다.

 

한 식당에서 한국 손님이 김치좀 달라고 했다. 종업원은 당근 알아먹는다. 옆에 일본 손님이 기무치좀 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역시 알아먹는다. 그 옆에 미국 손님이 킴취좀 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또 역시 알아먹는다. 이 때 김치’, ‘기무치’, ‘킴취빠롤이다. 이 세 빠롤은 모두 다르지만 종업원은 알아먹었다. ? 이 세 빠롤이 의미하는 그 무엇, 랑그를 알아먹었기 때문에.

 

* 물론 내가 감기가 들어서 코맹맹이 소리로 김칭좀 달라고 해도, 실연당해서 우울한 목소리로 김치라고 발언해도, 로또 당첨돼서 들뜬 목소리로 김치라고 발언해도, 종업원은 다 알아먹는다. 빠롤은 이렇게 같은 사람도 절대로 똑같이 말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한 언어에서 빠롤(구체적 발화’)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랑그(추상적 언어’)는 같다. ‘랑그는 모든 언중(言衆:같은 언어 사용자)들이 함께 인식하고 있다. 이 언어 규칙이 없다면 그 사회에서 언어가 소통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장기를 두는데 말이 부족한 경우, 돌이나 바둑알이나 주사위 같은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장기 두는 데 아무 이상이 없다. ? 장기 게임의 규칙이 같기 때문에.

 

* 이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빠롤이 현상이고 랑그가 본질일지라도 빠롤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본질이 없는 현상이 없듯이, 본질은 오직 현상을 통해서만 본질일 수 있다. 장기 게임 규칙을 알고 있다 해도 장기 말이 없으면, 장기를 둘 수 없다.

 

* AB보다 중요하다. AB보다 다수(多數)이다. AB보다 본질적이다. AB보다 선행한다. AB를 계몽한다. A는 가능한데 B는 불가능하다. A에는 있는데 B에는 없다. 이런 말을 할 때 B를 멸시하는 태도를 갖지 말아야 한다. 세상엔 중요하지 않은 것도 존재할 가치가 있고, 소수(少數)도 존경받을 자격이 있으며, 현상도 본질 못지않게 필요하고, 앞에 가는 것이 우월한 것이 아니며, B가 어떤 면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은 다른 면에서 가능하기 때문이고, B에 없는 이유는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난 영화 <오아시스>에서 이 대목, 이 대사에서 충격 먹었다. 종두(설경구 분)가 공주(문소리 분)를 강간한 것으로 오인 받아 경찰서에 끌려가 취조 받을 때, 경찰의 대사. “솔직히 말해, 너 변태지? 야 임마, 저런 여자 앞에서 그게 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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