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현대철학자들 8] : 비트겐슈타인 (2)
본문
* 따라서 ‘삶의 형식’이 다르면,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 해도, 의사소통은 되지 않는다. 영화 <웰컴투동막골>에서 북측 군(리수화, 장영희, 서택기), 남측 군(표현철, 문상상)은 “아이들처럼 막살라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는 동막골 사람들과 똑같이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삶의 형식’은 너무도 달랐다. 따라서 그들은 말은 통했을지언정, 의사소통이 되지는 않았다. 북측 장교 리수화(정재영 분)의 살기어린 눈동자와 권총이 자신의 눈과 가슴에 악의에 가득차 꽂히고 있지만, 동막골 처녀 여일(강혜정 분)의 대응은 북측 군에 대한 걱정이었다. “뱀이 나와. 뱀이 나온다니. 여가 뱀 바우잖아.”
* 여일이 리수화의 살기어린 눈동자와 권총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정신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여일은 ‘살기’란 것을 평생 몰랐고, 인간이 인간을 살상한다는 개념을 동막골의 ‘삶의 형식’ 속에서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동막골 사람들이 양측 군인들의 행동 중 가장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다름 아닌 악의적 ‘대립(對立)’이다. 아래처럼 총과 총을 겨누는 대립적 상황을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 ‘삶의 형식’이, 그리고 언어놀이의 룰이 너무도 다른 것이다.
그런데 비트겐슈타인은 “우리가 언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공통된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상이한 방식으로 서로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그것들을 모두 ‘언어’라고 부르는 것은 이 관계 혹은 관계들 때문이다. 언어에는 단 하나의 공통된 본질은 없으며, 단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얽혀있는 관계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관계를 비트겐슈타인은 ‘가족 유사성(Familyresemblance)’이라 한다.
* 한 가족의 구성원들은 어떻게 서로 닮았나? 한 어린아이는 아버지의 코의 모양, 눈빛, 머리 색깔을 그대로 닮았다. 그러나 다른 아이는 코의 모양은 닮았으나 눈빛, 머리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또 다른 아이는 이 모든 특성들은 닮지 않고 걸음걸이와 기질만 물려받았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들 속에는 어떤 공통된 특성은 발견할 수 없고 ‘겹치고’, ‘교차되는’ 유사성만 볼 수 있다. 이러한 유사성을 ‘가족 유사성’이라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 역시 이렇다고 본 것이다.
언어가 ‘놀이, 즉 게임’이라니! 우리는 놀이를 어린이 장난쯤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언어를 놀이와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언어와 놀이가 모두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비록 놀이들이 다양하지만 그렇다고 규칙이 없이 아무렇게나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장기는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놀이이다. 언어도 장기와 다르지 않다.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규칙은 그 무엇보다도 공적(public)인 것이다. 우리가 규칙을 따른다고 할 때, 그것을 단지 한 사람만이 행할 수는 없고, 또한 그의 생애에 있어서 꼭 한 번만 행해지는 일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어떤 기호에 특정한 방식으로 숙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설령 어떤 사람이 단 한 번만 규칙을 따른다고 해도 이미 규칙에 따르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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