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만남은 이해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 <집으로> (2)
본문
몸이 다 나은 외할머니는 읍내 장에 가게 되고, 상우도 따라 나선다. 호박과 나물을 팔기 위해 손짓으로 사람들을 부르는 외할머니를 보며 상우는 마음 한 구석이 아프다. 외할머니는 호박과 나물을 판 돈으로 상우에게 자장면과 새 운동화, 그리고 초코파이를 사 준다.
외할머니는 상우에게 무엇인가를 사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상우만 버스를 태워 먼저 보낸다. 그리고 자신은 걸어서 집으로 간다.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상우는 한참을 기다려도 외할머니가 오지 않자 버스 정류장으로 외할머니를 마중 나간다. 초코파이를 주머니에 넣은 채.
버스 정류장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상우. 아무리 기다려도 외할머니는 오지 않는다. 그러다 마침내 저만치에 외할머니 모습이 나타난다. 상우는 할머니에게 뛰어간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울먹이며 말한다. “왜 이제 와?” 외할머니는 가슴만 동그랗게 쓸어내리고, 상우는 외할머니의 짐 꾸러미를 대신 들고 앞장선다.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다.
[http://youtu.be/JdFhHquOYl4]
“왜 이제 와?” 외할머니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그 낡은 너와집에 홀로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집으로’ 돌아올 때 반가운 목소리든, 투정 섞인 목소리든 “왜 이제 와?” 하고 맞아주는 가족을 잃고 살았던 긴 세월이 서럽다. 그리고 상우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가족이다. 자신에게 고마운 존재를 알아보지도 못하던 상우가, 이제는 다른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어줄 정도로 발전했다.
외할머니의 짐 꾸러미를 받아든 상우는 그 안에 내일 먹으려 아껴둔 초코파이를 넣어둔다. 할머니를 위해서. 이제 상우와 외할머니의 사이는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그리고 둘은 분명 더 행복해질 것이다.
한편 아랫마을에 사는 여자 아이를 좋아하게 된 상우는 그 아이에게 서울서 가져온 장난감들을 모두 주고 싶어 한다. 외할머니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데이트 나가는 상우가 그 여자 아이와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게임기와 밧데리 살 돈을 포장지로 싸서 장난감들 속에 넣어 준다.
장난감들을 손수레에 가득 담고 상우가 길을 나선다. 그리고 짐 꾸러미 속에 삐죽 나온 포장된 게임기를 바지 뒷주머니에 무심결에 넣는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진 상우는 손수레를 타고 내리막길을 썰매 타듯 내려오다 넘어져 팔꿈치와 무릎에 심하게 상처가 난다.
아프고 지친 상우는 외할머니 집으로 되돌아오다 문득 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게임기를 발견한다. 천 원짜리 지폐 2장과 함께. 상우가 장난감을 들고 집을 나설 때 외할머니가 건네줬던 것인데, 2천 원은 외할머니가 읍내에서 집까지 힘들게 걸어오면서 아낀 버스 값이다.
상우는 눈물을 흘린다. 외할머니를 향한 죄송한 마음,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상우의 눈에서 수정처럼 떨어진다. ‘집으로’ 가는 상우는 엉엉 운다. 엉엉 우는 상우가 가는 그곳은 바로 ‘집’이다. 외할머니 집이 아니라 상우와 외할머니가 가족으로 함께 사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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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한 15년 전에는, 제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지금 보니,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지 끔찍하네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안 좋은 글을 왜 올리냐고요? 유시민의 을 읽고 나니, 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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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아온님의 댓글
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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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음.. 유튜브 동영상을 바로 볼수 있도록 설정해놨습니다. ^^;
[http://hisking.com/skin/board/mw.basic/mw.emoticon/em27.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