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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철학] 만남은 이해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 <집으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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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나온 외할머니는 상우의 눈물을 닦아주며 서울에서 온 엄마의 편지를 건넨다. 내일 상우를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의 편지다. 어린 가슴에 외할머니를, 그리고 외할머니의 마음을 깊이깊이 받아들인 상우는 이제 앞으로 자신이 서울로 떠나고 나서 다시 혼자 지내게 될 외할머니가 걱정이다.

“(스케치북에 글씨를 가리키며) , 잘 봐. 다시, 이건 아프다. 요건 보고 싶다. 써 봐. 다시. 에이, . 그것도 하나 못 해? 할머니 말 못 하니까 전화도 못 하는데 편지도 못 쓰면 어떡해……. 할머니, 많이 아프면 그냥 아무것도 쓰지 말고 보내. 그럼 상우가 할머니가 보낸 줄 알고 금방 달려올게. ? 알았지?”

말 못하는 외할머니를 위해 상우는 한글을 가르쳐 주려 하지만 외할머니는 쉽게 익히지 못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상우는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상우가 우는 것을 보고 외할머니도 운다. 그렇다. 가족은 서로를 생각하며 우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윽고 외할머니는 잠들고, 상우는 여러 개의 바늘귀에 실을 꿰어 반짇고리 실타래에 꽂아 둔다. 눈이 어두운 외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하다. 창호지를 바른 띠살문에 은은한 백열등 빛이 비치고, 외할머니와 상우, 이 두 아름다운 사람들의 동거가 끝나가고 있다. 툇마루 밑 섬돌 위에 나란히 놓인 상우의 운동화와 외할머니의 고무신이 달빛 아래 정겹다.

백열등이 꺼진다. 하지만 얼마 후 백열등은 다시 켜진다. 차마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우는 크레파스를 꺼내 자신이 가장 아끼는 로봇 엽서에 무언가를 그린다. 풀벌레들도 아쉬운 듯 울어대는데, 상우와 외할머니의 마지막 밤은 깊어만 간다.

 

[http://youtu.be/C3Q_Czfrye8]


다음 날 떠나는 버스 앞에서, 상우는 외할머니에게 그 로봇 엽서를 내민다. 엽서의 로봇 그림 반대쪽 면에 보내는 사람(외할머니)과 받는 사람(상우)의 이름, 그리고 주소(상우의 주소)가 적혀 있다. 그리고 아프다는 내용과 보고 싶다는 내용을 상우가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다. 상우가 외할머니를 위해 간밤에 준비한 마음의 선물이다.

버스가 떠나고 상우는 외할머니를 향해 가슴을 동그랗게 쓸어내린다. 그것은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할머니의 깊은 마음을 이제는 이해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외할머니의 고귀한 영혼의 언어를 배운 상우. 상우를 태운 버스가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응시하는 외할머니.

 

영화 <집으로>는 이렇듯 아름답고 훈훈한 화해의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비 온 후 땅이 더욱 굳는다 했다. 오해가 풀리고, 미지의 인물에 대한 비호감이 호감으로 바뀐 다음, 우리는 인격적으로 발전한다. 그릇된 판단과 무지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만큼 인격의 성숙을 방해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외할머니와의 첫 대면에서 내뱉었던 상우의 원색적인 욕, ‘병신은 실은, 그릇된 판단과 무지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일상적인 언어다. 실제로 입으로 내뱉든 속으로 생각하든 우리들은 시시각각으로 그 누군가에게 병신이라고 욕하며 살고, 그 욕이 쌓이는 만큼 인격의 키는 작아진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적대적인가? 그들이 우리와 어떻게, 그리고 왜 다른가에 대해서 얼마나 무관심한가? 얼마나 많은 상우들이 지금도 타인을 향해 병신이라고 말하며 화해의 손길을 외면하는가?

진정한 만남은 사랑의 행위라기보다는 이해의 행위이다. 그리고 어쭙잖은 사랑은 하찮은 이유에 의해서도 붕괴될 수 있지만, 이해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이 타고 남은 감정의 재에서 느껴지는 훈김과도 같이 지속적이다. 따라서 진정한 만남은, 즉 이해의 행위로서의 만남은 인격의 성장을 동반한다. 불꽃을 견디는 힘겨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상우가 외할머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진실로 이해하는 과정은 그저 사이좋게 지내게 되는 소극적인 미덕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로 돌아온 상우는 외할머니와의 짧지만 값진 만남의 시간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벙어리 외할머니가 천사요정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외할머니를 둔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 깨달은 의젓한 어린이가 되어, 외할머니의 엽서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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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아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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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이렇게 잔인한 거로구만... 눈물 나네...

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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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정말 눈물나는 아름다운 스토리였습니다... 참.. 뭐랄까.. 뭐라 말로 표현을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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