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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문학] [밑줄쫙-역사] 사실과 역사가 : 서로를 필요로 하는 평등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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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나라 때 백과사전 <三才圖會(삼재도회>에 실린 사마천의 초상

 

 

 

 

   E. H. 카 사진

 

 

 

   역사는 주관적인 기록이다. 누가 쓴 어떤 역사도 과거를 '원래 그러했던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현재'는 가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현재의 모든 사실은 발생과 동시에 과거가 된다. 과거는 거대한 임시수용소와 같다. 흐르는 시간에 실려와 퇴적된 모든 사실이 그곳에서 망각과 소멸의 운명을 기다린다. 어떤 역사가가 내민 구원의 손길을 잡은 소수의 사실만이 요행히 그 운명의 집행을 잠시 유예받은 '역사적 사실'이 된다. (중략) 역사적 사실 그 자체가 객관적인 진리를 이야기한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착각일 뿐이다. 사실은 스스로 말하지 못한다. 역사가가 허락할 때만 말을 한다. 역사가는 제멋대로 사실을 만들거나 바꿀 수 없지만 사실의 노예인 것도 아니다. 사실과 역사가는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자기의 사실을 가지지 않은 역사가는 뿌리 없는 풀과 같고 자기의 역사가가 없는 사실은 죽은 것이다.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들의 지속적 상호작용이다.

 

--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2014. 돌베개. 28-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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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아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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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말을 아주 품위있게 했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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