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안 좋은 글 2]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본문
과학적 증명은 현대의 지적 분야에서 절대적 권위를 가진다. 따라서 과학적 증명을 규준으로 하여 어떠한 주장의 참 거짓을 판명하는 일은 소위 ‘진리’로의 접근에 필수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이라고 하는 범주에 속하는 지적 작업의 다양성 때문에, 또는 진리의 유일한 통로가 과학일 수 없다는 반성 때문에 진리의 유일한 검증 수단이었던 과학적 증명이 갖는 권위에 대한 회의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수학이나 논리학, 그리고 자연과학 같은 엄밀 과학에서 증명을 통해 얻은 결론은 소위 ‘법칙’이라는 형태로 진리의 등가물의 자격을 획득한다. 하지만 이 법칙 역시 이후의 학문적 진보를 통해 보완되고 수정될 수 있는 가능성에 항상 열려 있다. 더욱이 철학을 위시한 인문 과학이나 기타 예술이나 종교 등이 진리에 접근하는 방식은 항상 논쟁의 여지를 갖고 있고, 또 가져야 하며, 때로는 흔히 비과학적이라고 매도될 법한 계시적 속성도 띠고 있는 만큼, 이러한 다양한 탐구 양식들의 결과물을 진리에서 일방적으로 제외하는 일이란 어쩌면 지나친 기계론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근대 이후 엄밀 과학이 이루어 놓은 위대한 업적 위엔 항상 과학적 증명의 깃발이 걸려 있었고, 그로부터 우리가 진리에 접근하고, 진리를 사유하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음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콩트의 실증주의나 데카르트의 코기토, 그리고 첨단의 현대 사상이 어찌 엄밀 과학의 성과 없이 가능했겠는가? 진리 획득 수단의 양적 확대로 과학적 증명의 권위 자체를 위협함으로써 당하게 될 진리의 무정부 상태가 과연 바람직한 진리 인식 풍토인가에 대해 그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분명 과학적 증명은 진리의 가장 중요한 검증 수단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부정이 결코 경솔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과학적 증명이 획득한 진리가 보다 열린 진리로서 인간의 사고에 빛을 던져줄 수 있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검증 수단에 대해 진지하게 회의하는 일은 분명히 커다란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인간은 근대 실증 과학 이전에도 살았고, 이후에도 살았으며, 새로운 진리 검증 수단을 강구해야만 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과학적 증명의 권위를 인정하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지만, 그로 인한 사유의 빈곤화 혹은 몰이해를 경계하지 않을 수도 없다. 진리는 어쩌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경외의 대상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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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아온님의 댓글
과학은 방법론으로서, 과학적 증명이란 가설을 검증하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과학의 임무는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오류를 막는 것입니다.
부정 증명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억지에 불과한 가설을 계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에 다름아니지요.
과학적 증명이 획득한 진리가
보다 열린 진리로서 인간의 사고에 빛을 던져줄 수 있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검증 수단에 대해
진지하게 회의하는 일은 분명히 커다란 가치가 있다고 본다
------------- 획득한 진리, 열린 진리, 사고에 빛, 조심스럽게, 진지하게, 회의하는.....음...현란한 단어 구사 입니다만... 정신이 하나도 없군요...논리도 이상하고.
변태님의 댓글
제가 지금 다시 이 테마로 글을 쓴다면?
죄송하지만, 이 테마로는 글을 쓰지 않을 겁니다.
제 능력을 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