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좀 나아진 문장 2] 죽음
2015-04-04 11:24
5,173
1
0
본문
단순한 매장은 현실적 문제의 해결책에 불과하다. 즉 썩은 고기를 먹는 짐승을 몰아내고 부패의 악취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형식을 갖춘 매장은 어떤 ‘아이디어’의 증거이다. 정확히 말하면 두 가지 아이디어의 증거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디어다. 삶과 죽음이 다르다는 아이디어의 기원은 3-4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들은 죽음의 의식을 통해 둘 사이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죽음과 죽음 뒤 세계에 대한 의식은 삶을 신성하게, 또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이 의식들은 그들이 삶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었다는 최초의 증거이다. 즉 삶이 죽음에 이길 수 없지만, 그럼에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그 이후 모든 인간의 도덕적인 행위의 기초가 되었다. 한편 죽음이라는 놀라운 ‘상실’은 내 가족 나아가 내 공동체 구성원들의 결집을 강화시켜 주었을 것이고, 나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모든 대상들의 죽음을 통해, 즉 그들의 삶의 ‘상실’을 통해 그들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정복 의식을 낳았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죽지 않아 보이는 세계에 대한 경외심은 종교를 낳았을 것이요, 최초의 철학적 사유 역시 그 경외심의 이성적 버전에 불과한 것이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아이디어는, 태어나 살지 않는 한 죽음은 없지만 ‘죽음’ 없이는 ‘삶’이 존재할 수 없다는 역설을 이해하게 만들었고, 이 역설은 인간의 모든 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
[인문학] [밑줄쫙-문화] 한(恨) : 한국과 아일랜드2015-04-16
-
[인문학] [밑줄쫙-문학] 내 인생의 겨울 연가 : 플랜더스의 개2015-04-15
-
[인문학] [밑줄쫙-철학] 침묵 : 아기의 침묵과 노인의 침묵2015-04-15
-
[인문학] [밑줄쫙-철학] : 행복의 쓰임 하나 : 언론의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및 관대함2015-04-15
-
[인문학] [밑줄쫙-역사] 역사 : 생물학의 한 조각2015-04-09
-
[인문학] 해방 후 3년 동안의 짧은 역사에 대한 소회2015-04-08
-
[인문학] [많이 나아진 문장 1] 함께읽기의 즐거움 : 신영복 교수의 경어체2015-04-07
-
[인문학] [밑줄쫙-문학] 기록하는 자 : 엄마의 가계부2015-04-06
-
[인문학] 김남일은 시인 신경림의 어린 시절 한 토막을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형상화했다.2015-04-06
-
[인문학] 앞에서 소개한 문장이 왜 안 좋은 문장인지 점점 깨닫기 시작하면서,저는 이런 문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뭔가 더 나아진 느낌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신다면, 제가 슬플 겁니다.2015-04-04
-
[인문학] 힘들겠지요. 잘 쓴 글을 보면서, 눈을 정화하세요. 그냥 두면 합병증 생깁니다.2015-04-04
-
[인문학] 뭔 소린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지금 보면 어지러워질 뿐이에요. 문법구조가 틀리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복잡하게 써 보자고 작정한 문장 같네요. 우습네요.2015-04-04
-
[인문학] 왜 안 좋은 글인지 잘 설명해 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지금 다시 이 테마로 글을 쓴다면? 죄송하지만, 이 테마로는 글을 쓰지 않을 겁니다. 제 능력을 넘어요.2015-04-04
-
[인문학] 한 15년 전에는, 제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지금 보니,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지 끔찍하네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안 좋은 글을 왜 올리냐고요? 유시민의 을 읽고 나니, 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2015-04-03
-
[인문학] 베레비는 또 이렇게 말했죠.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과 한패가 되는 게 아니라, 한패가 되고 나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 아닌가요?2015-04-01
-
[인문학] 가 보지도 들어 보지도 못한 교회 사진을 이렇게 올리며 갈릴레오의 참회성사를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존재가 은혜라면 은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2015-03-27
댓글목록1
아온님의 댓글
최초의 철학적 사유 역시 그 경외심의 이성적 버전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직 예전의 습관이 남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