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좀 나아진 문장 2] 죽음
2015-04-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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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단순한 매장은 현실적 문제의 해결책에 불과하다. 즉 썩은 고기를 먹는 짐승을 몰아내고 부패의 악취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형식을 갖춘 매장은 어떤 ‘아이디어’의 증거이다. 정확히 말하면 두 가지 아이디어의 증거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디어다. 삶과 죽음이 다르다는 아이디어의 기원은 3-4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들은 죽음의 의식을 통해 둘 사이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죽음과 죽음 뒤 세계에 대한 의식은 삶을 신성하게, 또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이 의식들은 그들이 삶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었다는 최초의 증거이다. 즉 삶이 죽음에 이길 수 없지만, 그럼에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그 이후 모든 인간의 도덕적인 행위의 기초가 되었다. 한편 죽음이라는 놀라운 ‘상실’은 내 가족 나아가 내 공동체 구성원들의 결집을 강화시켜 주었을 것이고, 나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모든 대상들의 죽음을 통해, 즉 그들의 삶의 ‘상실’을 통해 그들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정복 의식을 낳았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죽지 않아 보이는 세계에 대한 경외심은 종교를 낳았을 것이요, 최초의 철학적 사유 역시 그 경외심의 이성적 버전에 불과한 것이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아이디어는, 태어나 살지 않는 한 죽음은 없지만 ‘죽음’ 없이는 ‘삶’이 존재할 수 없다는 역설을 이해하게 만들었고, 이 역설은 인간의 모든 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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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아온님의 댓글
최초의 철학적 사유 역시 그 경외심의 이성적 버전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직 예전의 습관이 남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