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좀 나아진 문장 6] 유학과 과학
본문
영적인 존재가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는 과학의 발전을 방해했는데,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자연적 원인을 찾는 대신에 영적 존재를 불러내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축의 시대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결코 제거할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을 구별하자는 아이디어는 우리가 아는 한 축의 시대의 산물이다. 이전에는 두 영역이 너무나 철저하게 뒤섞여 있어서 과학은 신성한 영역으로, 의학은 주술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유학자들은 “삶을 이해할 때까지 죽음을 생각하지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에 따랐고, 기원전 239년경에 씌어진 한 유교 경전은 “원인을 알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두 생각에서 우리는 ‘과학’이라고 하는 아이디어의 태동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왜 그런가?
유학자들은인간사-정치․현실적인 윤리-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그들이 이 문제에 파고든다는 것은 미신으로 간주해야 할 것에 매달린다는 이야기였다. 즉 생명이 없는 사물에 감정과 의지를 이입하거나, 만물에 영기가 깃들어 있다고 믿거나, 자연의 세계는 인간의 죄악이나 선함에 반응한다고 생각하는 일 말이다. 한편 물이 산을 떠남은 물이 산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물은 원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며, 밀은 재배되거나 창고에 저장되려는 바람을 갖고 있지 않기에, 현자는 마땅히 좋음이나 나쁨이 아니라 사물의 원인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이렇듯 자연의 영역이 점차 초자연의 영역을 몰아내면서 ‘과학’이라는 아이디어는 세계를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 기술의 보급창이 본래는 서양이 아니라 중국이었음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서양인들이 칼을 휘두르고 무훈(武勳)을 노래하고 있을 때 중국인들은 붓을 잡고, 과학적 사유에 몰두했다.
-
[인문학] [밑줄쫙-문화] 한(恨) : 한국과 아일랜드2015-04-16
-
[인문학] [밑줄쫙-문학] 내 인생의 겨울 연가 : 플랜더스의 개2015-04-15
-
[인문학] [밑줄쫙-철학] 침묵 : 아기의 침묵과 노인의 침묵2015-04-15
-
[인문학] [밑줄쫙-철학] : 행복의 쓰임 하나 : 언론의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및 관대함2015-04-15
-
[인문학] [밑줄쫙-역사] 역사 : 생물학의 한 조각2015-04-09
-
[인문학] 해방 후 3년 동안의 짧은 역사에 대한 소회2015-04-08
-
[인문학] [많이 나아진 문장 1] 함께읽기의 즐거움 : 신영복 교수의 경어체2015-04-07
-
[인문학] [밑줄쫙-문학] 기록하는 자 : 엄마의 가계부2015-04-06
-
[인문학] 김남일은 시인 신경림의 어린 시절 한 토막을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형상화했다.2015-04-06
-
[인문학] 앞에서 소개한 문장이 왜 안 좋은 문장인지 점점 깨닫기 시작하면서,저는 이런 문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뭔가 더 나아진 느낌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신다면, 제가 슬플 겁니다.2015-04-04
-
[인문학] 힘들겠지요. 잘 쓴 글을 보면서, 눈을 정화하세요. 그냥 두면 합병증 생깁니다.2015-04-04
-
[인문학] 뭔 소린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지금 보면 어지러워질 뿐이에요. 문법구조가 틀리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복잡하게 써 보자고 작정한 문장 같네요. 우습네요.2015-04-04
-
[인문학] 왜 안 좋은 글인지 잘 설명해 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지금 다시 이 테마로 글을 쓴다면? 죄송하지만, 이 테마로는 글을 쓰지 않을 겁니다. 제 능력을 넘어요.2015-04-04
-
[인문학] 한 15년 전에는, 제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지금 보니,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지 끔찍하네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안 좋은 글을 왜 올리냐고요? 유시민의 을 읽고 나니, 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2015-04-03
-
[인문학] 베레비는 또 이렇게 말했죠.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과 한패가 되는 게 아니라, 한패가 되고 나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 아닌가요?2015-04-01
-
[인문학] 가 보지도 들어 보지도 못한 교회 사진을 이렇게 올리며 갈릴레오의 참회성사를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존재가 은혜라면 은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2015-03-27
댓글목록1
아온님의 댓글
덕분에 본질이니 원형이니 하는 것들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유물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할 여지가 많았습니다.
다만 후대로 내려오면서 이기론처럼 형이상학으로 고착화되어 버린게 아쉽기는 합니다.
본질을 찾기 시작하면 과학적 발전은 종치는 겁니다.
본질은 아무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힘센 놈이 우기면 그만이거든요...
천명이니 인간의 도리니 정명 사상이니 하는 것들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