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황무지 번역: T.S. 엘리엇
본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키우노라
불모의 대지에서 라일락을. 뒤섞노라
추억과 욕정을. 흔드노라
봄비로 미몽의 뿌리를
겨울의 따스함이여. 뒤덮노라
망각의 눈으로 온 세상을. 살리노라
마른 구근으로 갸날픈 생명을
슈타른버거호를 건너온 여름, 놀래키네
소나기로 : 회랑에서 비를 피하고
햇빛 속을 걸어서 가는 호프가르텐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씩 대화를 나누었네
나는 러시아 사람이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어려서 대공 댁에 머무르던 시절
사촌이 나를 썰매에 태웠지요
나는 놀랐고, 그는 말했어요. 마리
마리, 꽉 잡아. 우리는 내달렸답니다
산에선 자유로움을 느낄 거에요
수 많은 밤을 책을 읽으며 보내고 겨울엔 남쪽으로 가게되었네요
엉킨 뿌리들은 무엇인가. 어떤 가지들이
이 돌투성이 난장판에서 자라겠는가? 인자여
답하지 못하리라, 짐작도 못하리라. 그대가 아는 것이라곤
작열하는 태양아래, 부서진 우상들의 더미와,
쉴 곳을 주지않는 죽어버린 나무, 위안이 되지않는 귀뚜라미,
물 소리 끊긴 메마른 돌. 오직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이 있도다
(이 붉은 바위 그림자로 들어오라)
다른 것을 보여주리라
그대의 아침에 뒤에서 재촉하거나
저녁에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에는 없는 ;
한 줌 먼지에 담긴 공포를 보여주리라
상큼한 바람
고향으로 부는데
아일랜드의 내 님이시여
어디쯤 계시나요?
“일년 전 당신은, 처음 내게 히아신스를 주셨지요
나는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렸답니다“
--그런데 우리가 히아신스 가든에서 늦게 돌아온 날
당신은 품에 안았고, 머리카락까지 땀에 젖었지요. 나는
말을 잊었고 볼 수도 없었답니다. 나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어요. 머리 속은 텅 빈 채.
빛의 심장을 바라보았지요. 그 정적을.
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마담 소소스트리스,유명한 쪽집게,
독감에 걸렸네. 그래도
유럽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소문난 여자라네
카드 점을 잘치는. 그녀 왈
당신 카드에요. 익사한 페니키아 선원.
(두 눈이 진주로 바뀌었어요. 보세요 !)
이건 벨라도나. 암굴의 숙녀
양면성의 여인이에요.
이건 세 개의 장대를 가진 남자. 이건 수레바퀴.
이건 외눈박이 상인. 그리고 이 카드,
비어 있는 것은 상인이 등에 짊어진 짐이란 뜻이에요
보는 게 금지되어 있답니다. 찾을 수가 없군요
매달린 남자를. 물 때문에 죽을 수 있겠네요
원 안에서 배회하는 군중이 보이군요.
감사합니다. 에퀴톤 부인을 보거든
내가 천궁도를 직접 가져가겠다고 전해 주세요
요즈음은 누구든 아주 조심해야 하거든요
기괴한 도시
어느 겨울날 새벽, 갈색 안개 속
런던교 위에 한 떼의 인파가 넘쳐흘렀다. 아주 많이,
상상도 못했다. 죽음으로 망친 삶이 이리 많을 줄은.
가끔 짧은 한숨들이 내뱉어지고
각자의 시선은 발끝에 고정된 채
언덕 위로 밀려 올라가서 킹 윌리엄가로 내려갔다
성 마리 울노스 성당이 시간을 알리는 곳,
아홉 번째의 마지막 소리가 조종 (弔鐘)인 곳으로
거기 낮익은 자가 있어 소리쳐 불렀다.
``스텟슨! 자네 밀라에 해전에서 나하고 같은 배를 탔었지.
작년에 자네가 정원에 심었던 시체 말일세.
싹이 트고 있나? 올해는 꽃이 필까?
갑자기 서리가 내려 묘상을 망치지는 않았나?
아, 개를 멀리 떼어 두게, 그놈이 인간의 친구긴 해도
발톱으로 파헤쳐서 끄집어내거든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ㅡ나와 같은 자,ㅡ나의 형제여!‘
2. 체스 게임
그녀의 앉은 의자가, 옥좌의 광채처럼
번쩍이던 대리석 위. 거울은
제대로 세공된 포도 덩쿨 속에서
내다 보는 금빛 큐피트에 들려
(다른 하나는 날개로 눈을 가렸도다)
칠 구 촛대의 불빛을 두 배로 키웠다.
테이블 위로 되쏘아진 빛을
맞이하는 보석들의 찬란한 반짝임이
다채롭게 많이도 쏟아져 나온 빛깔 고운 보석함;
상아와 다양한 색깔의 유리병들 안,
봉인 풀린, 도사리고 있던 그녀의 이상한 합성 향기들,
연고, 파우더, 액체 - 괴롭고 어지러운,
감각이 익사되는 냄새; 휘젓는 바람이
창에서 시원하게 불어와 위로 올리니.
길게 늘어졌던 촛불은 두툼해졌고
우물반자 속으로 던져넣어진 연기에
흩뜨려진 격자 문양.
동박 입힌 커다란 해목은
유색 돌 격자 안에서 초록과 오렌지 색으로 불타올랐고
그 슬픈 빛 속에서 조각된 돌고래가 수영을 하였다.
고풍스런 벽난로 위에 걸린
숲속 풍경이 내다보이는 창문과 같은
필로멜라의 변신, 야만스러운 왕으로 인한.
그 처참했던 능욕;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성스러운 목소리로 온 사막을 가득 채웠네.
그녀는 여전히 울었지만, 여전히 황음무도한 세상
더러운 자들에겐 그저 `짹짹` 소리일 뿐
다른 말라 죽은 시간의 그루터기들
벽에 걸려 듣고 있었다; 빤히 바라보며
온 방을 빙둘러 침묵하던 형상들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층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난로 불빛 아래, 빗질 아래, 그녀의 머리카락은
발화점(發話點)으로 펼쳐졌고
언쟁으로 달아올랐더라면 이어진 정적은 생경했으리라
"오-늘 밤은 기분이 안 좋아요. 그래요, 나빠요. 같이 있어 줘요.
"말 좀 해보세요. 왜 입을 꼭 다물고 있어요? 말 해요.
"뭐를 생각하고 있는 거에요? 무슨 생각? 뭐?
"무슨 생각하는지 도통 모르겠네. 생각 좀 해요.``
내 생각엔 우리가 `쥐들의 골목`에 있는 것 같소
죽은 자들이 뼈를 흘린 곳이라오
"무슨 소리죠? "
문가의 바람 소리요
"저 소리는요? 바람이 뭐하는 거에요? "
아무 것도 아니요, 아무 것도.
"아무것도
모르나요? 아무 것도 못 보나요? 아무것도 기억
못하나요? "
기억한다오.
그의 두 눈이 진주로 변했다오
"당신 산 거에요, 죽은 거에요? 머리가 빈 거에요? "
그러나
오오오오 세익스피어 리듬---
대단히 우아하고
매우 지적이야
"이제 뭘 할까요? 뭘 하죠? "
"이대로 뛰쳐나가 거리를 걸을 거 같아요
"머리를 산발한 채. 우리 내-일은 뭘 해요?
"우리는 매일 뭘 하며 살아요? "
10시엔 물을 끓일 것이고.
4시엔, 비가 오면 차의 뚜껑을 덮을 테고.
우리는 체스 게임을 할 거요,
졸린 눈을 비비며, 누군가 노크해 주기를 기다리겠지.
릴 남편이 제대했을 때 -
그녀에게 노골적으로 말했어
서두르세요. 문 닫을 시간 입니다
알버트가 돌아올텐데. 좀 이쁘게 꾸며라.
그 사람이 준 돈 어디에 썼는지 궁금해 할 거야.
니 이빨하라고 준 돈 말이야. 나도 있는 자리에서
죄 뽑고 참한 걸로 해 넣어 릴.
봐 줄 수가 없어라고 그 사람이 말했어 확실해
나도 더는 못보겠다고 말했고. 고생한 알버트 생각도 해야지.
그 사람 4년이나 군대에 있었으니까 하고 싶을꺼라고
네가 안 해 주면 다른 사람이 해 줄 거라고 내가 말했더니
그녀가 오 그러냐고 그러길래 다 그런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 고마운 사람이 누군지 곧 알게 되겠다면서 나를 똑바로 쳐다 보더라고.
서두르세요. 문 닫을 시간 입니다
그게 싫으면 네가 계속하라고
네가 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뺏길거니까.
알버트가 떠난 후에 얘기 안 해 줬다는 말이나 말라고 했지
그렇게 늙어 보이는 게 창피한 줄 알라는 말도 했어.
(이제 겨우 서른한 살 인데)
어쩔 수가 없다고 시무룩한 얼굴로 말하더라 .
낙태 약을 먹어서 그렇다고
(애가 다섯인데 막내 조지를 낳을 땐 거의 죽을 뻔했다)
약사는 괜찮을 거라 했는데 영 몸상태가 안 좋다길래
너 정말 바보라고 했지
음, 알버트가 너를 혼자 둘 상황이 아닐 텐데
애를 안 날 거면 결혼은 왜 했냐고
서두르세요. 문 닫을 시간 입니다
음, 알버트가 돌아온 그 일요일. 그 사람들 뜨거운 개먼을 먹더라.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해서는 식기 전에 먹으라고--
서두르세요. 문 닫을 시간 입니다
서두르세요. 문 닫을 시간 입니다
안녕 빌, 안녕 루, 안녕 메이, 안녕
여러분, 안녕, 안녕
안녕, 숙녀분들, 안녕, 아가씨들, 안녕, 안녕.
3. 불의 설교
찟겨진 강의 장막: 이파리의 남은 손가락들이
움켜쥐고 파고드는 젖은 강둑. 바람은
듣는 이 없는 갈색의 대지를 지난다. 요정들은 떠났네.
사랑하는 템즈여 고요히 흘러다오. 내 노래 소리 그칠 때까지
강엔 아무것도 없어라. 빈병,샌드위치 포장,
비단 손수건,종이 상자, 담배 꽁초
사라진 여름밤의 흔적들. 요정들은 떠났네
그 친구들,빈둥대는 시내 유지의 자식들;
떠났네. 주소조차 남기질 않고.
레만 호숫가에 앉아 울었노라...
사랑하는 템즈여, 고요히 흘러다오. 내 노래를 마칠 때까지.
사랑하는 템즈여, 고요히 흘러다오.크지도 길지도 않게 읊조리니.
그러나 등 뒤의 차가운 센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뼈를 덜그럭거리는 소리, 낄낄 웃는 소리.
수풀 사이로 살금 살금 기어가던 쥐 한 마리,
강둑에 끌리던 그 끈적끈적한 배
수로에서의 따분한 낚시질
가스 공장 뒤편에서 보낸 어느 겨울날, 저녁 내내
묵상에 잠겨있었다. 몰락한 왕, 나의 형과
돌아가신 아버지, 선왕.
낮은 습지에 발가벗겨진 하얀 몸뚱이들과
작고, 낮고, 건조한 다락방에 버려진 뼈들
해마다 쥐의 발길에나 채이는 달그락 소리
그러나 내 등 뒤로 가끔씩 들려오는
경적 소리, 엔진 소리. 데려가리라
스위니를 포터여사의 샘터로
아,달빛에 환히 빛나는 포터여사와
그녀의 딸.
그녀들은 소다수로 발을 닦네
오,둥근 지붕 아래서 노래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여!
트윗, 트윗, 트윗
짹 짹 짹 짹 짹 짹
그리도 난폭하게 욕보였더냐
테레우여.
괴상한 도시
갈색 안개 속의 어느 겨울날 정오
스미르나 상인 유게니데스씨
더부룩한 수염에 불룩한 주머니,건포도
런던항 항외착가격: 일람불 환어음
일상적인 불어로 내게 말하네
캐논 스트리트 호텔에서 점심 먹고
주말엔 메트로폴에 가자고
남기 뿌연, 눈과 등을
책상에서 떼어 내고, 몸의 엔진은 시동걸린
택시처럼 두근대며 대기하는 시간
나 티레시어스, 비록 눈 멀었으나, 양쪽 삶에 부대끼는
주름진 여자의 가슴을 가진 늙은 남자는 볼 수 있노라
이내 낀 저녁, 북새통의
퇴근 무렵, 뱃사람도 바다에서 집으로 향하는 시간,
귀가한 타이피스트가 티타임에 아침 설겆이를 하고, 불을
스토브에 올리고, 통조림 음식으로 상을 차린다
창밖엔 위태롭게 널려
석양의 마지막 손길을 받으며 말라가는 콤비네이션 속옷
침대 겸용 긴 의자엔
스타킹, 슬리퍼, 캐미솔,코르셋 들,
쭈그러진 젖퉁이를 가진 늙은 남자,이 티레시어스
그 장면만으로 나머지를 예지했노라----
내가 고대하고 기대하던 손님
여드름 투성이 젊은이, 그가 도착하였다
당돌한 눈매의 복덕방 점원이자
하층민. 당당하기가
브래드포드 졸부의 비단 모자 같은
그의 생각처럼 때가 무르익었다
식사가 끝나 무료하고 나른해진 그녀
유혹하는 애무의 손길을
여전히 나무라지 않고, 반갑진 않을 지라도,
빨개진 얼굴로 응낙하였다. 그는 바로 덮치고:
더듬는 손길은 방해가 없고:
그의 자만심엔, 반응은 없어도 되고
불감도 환영이 되고
(이 티레시어스는 이미 당했노라
이런 긴 의자나 침대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테베의 성벽 아래에 앉아 있기도 했고
지하 세계의 죽은 자들 사이를 걷기도 했노라)
마지막으로 방자한 키스를 남기고
불꺼진 계단을 더듬어 내려가네
그녀는 몸을 돌려 거울을 잠깐 보네.
돌아간 애인일랑 벌써 잊고;
되다만 생각들을 하네 ;
“이제 다했네: 끝나서 기뻐”
사랑스러운 여인이 어리석음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홀로되어 자기 방에서 서성일 땐,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매만지고
축음기에 판을 올려놓기 마련일지니
”이 음악은 물결을 밟고 선 내 곁을 처천히 흘러”
스트랜드를 따라, 퀸 빅토리아 가로 올라가네.
오 도시 도시여, 나는 이따금 들을 수 있노라
로우어 템즈가의 선술집 옆을 지나노라면,
흥겨운 만돌린의 잉잉 소리와
떠들썩하게 들려오는 유쾌한 소음들.
어부들의 정오의 휴게실: 성 마그너스
순교자 성당 벽이
이오니아식 흰색과 금색으로 불가사의하게 찬란한 곳
강이 흘리는 땀
기름과 타르
거룻배를 밀어내는
들고 나는 조수
붉은 돛을
활짝 펴고
순풍을 향해 선회하는 육중한 활대
거룻배가 씻겨 주는
부유하는 통나무들
그리니치 리치로 내려가네
개의 섬을 지나
웨이아랄라 레이아
월랄라 레이아랄라
엘리자베쓰와 레스터
노를 저었네
고물 장식은
화려한 조개
빨강과 금색
커다란 물결이 일어
양안으로 퍼져 갔네
남서풍에
실려 가는
종소리들
하얀 탑들
웨이아랄라 레이아
월랄라 레이아랄라
``전차, 칙칙한 가로수.
하에베리가 나를 낳았고 리치몬드와 큐가
내 몸을 열었어. 리치몬드 근처에서 무릎을 세웠지
좁은 카누 바닥에 누워``
``무어게이트에 서있고. 가슴은
무너져 내렸어. 일을 치룬 후
그가 울면서 `새 출발`을 되뇌더군
나는 아무말도 안 했어. 무엇을 원망해야 할까?``
``마아게이트 모래밭에 앉아
잇고 있을 뿐이지
허무와 허무를
더러운 손, 부러진 손톱으로
민중, 비천한 민중, 희망이라곤
전혀 없는``
라 라
그 무렵 나는 카르타고로 돌아왔노라
불길 불길 불길 불길
오 주여! 당신이 나를 구하시나이다
오 주여! 구하소서
지옥불
4. 수사(水死)
페니키아 사람 플레바스, 죽은 지 2주 만에
잊었노라. 갈매기의 울음, 대양의 파도
이익과 손실
바닷속 해류가
속삭이며 간추린 그의 뼈가 오르내릴 때
그는 성년기와 유년기를 되짚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갔노라.
기독교인이든 유태인이든
키를 잡고, 풍향을 살피는 이여
플레바스를 유념하라. 그도 한때는 그대처럼 호남이었나니.
5. 천둥이 한 말
땀에 젖은 얼굴, 횃불에 붉게 물든 이래
정원에 차가운 침묵 서린 이래
돌투성이 고난의 장소 이래로
환호와 통곡
감옥과 궁궐 그리고 울리는
봄날 먼 산 너머의 천둥
살아있던 그가 이제 죽으니
우리에겐 빈사의 삶
곧 다하리라
물기 하나 없는 이곳, 오직 바위
돌멩이와 바싹 마른 모래의 길
위로 굽이진 골짜기 길
물이라곤 없는 돌산
쉬며 마실 물이 있으면 좋으련만
머무름도 사고도 불가능한 바위들
땀을 말리고 발을 모래 속에 담글
돌 틈의 물이라도 있다면
죽은 산의 아가리, 뱉지도 못하는 썩은 이빨들
서는 것도, 눕는 것도, 앉는 것도 마땅치 않은데
이 산은 고요하지도 않아
비도 없는 쓸데없는 마른천둥
한적하지도 않아
비웃고 으르렁거리는 성난 면상들
흙담 갈라진 문간마다
물이 있고
바위가 없다면
바위가 있더라도
물도 있다면
물
샘
바위 사이의 웅덩이
물소리만이라도 있다면
매미 소리가 아니고
마른 풀잎 서걱이는 소리도 아닌
바위 위를 흐르는 물소리라면
소나무에서 노래하는 갈색 지빠귀
드립 드롭 드립 드롭 드롭 드롭 드롭
그러나 물이 없어라
누구인가? 항상 그대 곁에서 걷고 있는 세번째 사람
세어 보면 그대와 나 둘밖에 없는데
하얀 길을 올려다볼 때마다
다른 사람, 항상 그대 곁에서
미끄러지듯 걷는, 모자 달린 갈색 망토를 두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는
---그대 다른 편의 저 사람은 누구인가?
저 소리는 무엇인가, 하늘 높은 곳
어머니의 눈물 젖은 탄식
저들은 누구인가, 몰려다니는 모자 쓴 무리들
끝없는 평원 너머, 갈라진 대지에 비틀대며
지평선까지 꽉 채운
산들 너머 도시엔 무슨 일인가
남기 자욱한데, 수많은 분열과 개혁 그리고 폭발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이여
믿을 수가 없구나
한 여인의 팽팽히 당긴 검고 긴 머리카락과
그 현들 위에 연주되던 갸냘픈 음악
어스름한 빛 속의 아기 얼굴 박쥐들이
빠르게 지나가며 펄럭이던 날개
그리고 아래를 향해 기어 내려오던 어두워진 벽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탑들과
시간을 알리던 추억의 종소리와
지하의 노래가 울려나오던 빈 수조와 마른 우물들.
산중의 이 퇴락한 골짜기
창백한 달빛 아래, 잡초들이 서걱대는
무너진 무덤들로 둘러 쌓인 교회
텅 비고 바람만이 머물러
창은 다 떨어지고 문짝만 덜컹대누나
마른 백골들만 하릴없이 뒹구는데
다만 지붕마루 위 수탉 한 마리
코 코 리코 코 코 리코
번개가 번쩍하며 습한 돌풍
비를 부르네
갠지스는 바닥을 드러내고, 시든 잎사귀들은
비를 기다리는데, 검은 구름이
저 멀리 히말라야 너머에 모였도다.
정글은 혹처럼 쪼그라들어 숨을 죽였다.
그때에 천둥이 말하길
다
다타(주라): 우리는 어떻게 주었는가?
내 친구, 내 심장을 뒤흔든 멋진 부자
엄청나게 대담한 한순간의 쾌척
검약의 시기에도 취소를 몰랐다
이렇게, 이런 식으로만, 우리는 살아왔노라
사망기사에 오르지 않았고
기특한 거미가 가려주는 비석에 기록되지 않았으며
깡마른 변호사가 개봉하는 밀봉된 봉투 속에도 있지 않았다
우리가 죽은 후에
다
다야드밤(동정심을 가져라): 나는 들었다. 열쇠가
문에 꼽혀 한 번 그리고 다시 단 한 번 돌아가는 소리를.
우리는 열쇠를 생각한다, 각자의 감방에서
열쇠를 생각할 때야 감옥임을 확실히 알게된다
해질녁에야 풍문이 돌아
잠깐이나마 회상되는 몰락한 코리얼레이너스
다
다먀타(자제하라):보트는 순응하였다
돛과 노를 능란히 다루는 손길에 기꺼이
평온한 바다에서, 그대의 마음도 순응했더라면,
두근대는 신앙으로, 부름에 기꺼이
이끄는 손길에
물가에 앉아
낚시질 하노라, 불모의 땅을 뒤로한 채
최소한 내 땅 정도는 바로잡아도 될까?
런던교가 무너지네, 무너지네, 무너지네
그리고 그는 정화되는 불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나는 언제쯤에야 제비처럼 될까 - 오 제비여 제비여
폐탑에 갇힌 아퀴텐 왕자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버텨왔노라
아 그렇다면 분부대로 하옵지요. ‘히어로니모’는 또 다시 발광했다.
다타. 다야드밤. 다마야타.
샨티 샨티 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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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밑다락방의 서고] 초승에 뜨는 달은 ‘초승달’이 옳다. 물론 이 단어는 ‘초생(初生)’과 ‘달’이 합성한 경우이나, 어원에서 멀어져 굳어진 경우 관용에 따라 쓴다는 원칙에 따라, ‘초승달’이 올바른 표현이다. 마치 ‘폐렴(肺炎), 가난(艱難)’ 등과도 같은 경우이다.20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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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아일랜드... 예이츠의 고향. 가장 늦게 도달한 기독교(카톨릭)에 가장 심취하였고 중세 수도원 운동이 크게 부흥하여 역으로 대륙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곳... 중국보다 성리학에 더 미쳤던 한국..자본주의의 실험재료가 되어, 자국의 식량이 부족하여 백성은 굶어죽는데도 영국으로 식량을 수출해야 했던 나라. 맬더스 인구론의 근거가 됐었고..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분단의 아픔을 격고 있는 나라.. 참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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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러셀... 현대의 소크라테스...201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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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비극적이고 치명적인 대가를 치른 후였다.-------------전이겠지요.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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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신영복 교수... 진정 겸손한 글을 쓰는 분이지요.소외 당한 자, 시대의 약자들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이고. 그들을 대변 또는 위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가들 중의 하나이지요.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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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좋군요....201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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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과학이 본연의 임무대로 오류들을 이리저리 쳐내가다 보니 알맹이가 하나도 안 남은 형국이되었습니다. 그러니 과학 때문에 목적을 상실했다는 말이 나왔고, 도구에 불과한 과학이 미움을 받는 묘한 지경이 되었습니다만... 그게 과학의 잘못은 아니지요. 만들어진 요리가 맛이 없는게 잘드는 칼의 잘못입니까? 재료가 형편없었던 까닭이지요.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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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물론 ‘목적 없는 세계’라는 아이디어가 ‘신앙의 부재’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는지 회의를 주는 세계는 신앙심을 약화시키는 무신론을 철저히 방조하고 있음엔 틀림없는 것 같다. -------------음... 아직 옛날 습관이 남아있는 어투이군요...전지전능의 무한자는 인간이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즉 불가지의 존재이지요. 이 불가지의 존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도 당연히 불가지입니다. 과학은 이 불가지의 세계를 다루지 않습니다. 그랫다가는 오컴에게 면도날로 난도질 당합니다. ㅋㅋㅋ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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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
2연은 나중에 다 읽어야 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