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밑줄쫙-철학] 침묵 : 아기의 침묵과 노인의 침묵
2015-04-15 17:10
7,951
0
0
본문
오딜롱 르동(프랑스 화가 1840-1916). <침묵>(1900). 뉴욕 현대미술관.
'아기는 작은 침묵의 언덕'이다. 말이 이 작은 침묵의 언덕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어렵다. 아직 아기는 말을 배우지 못했다. '말은 입 가장자리까지 침묵에 이끌려 오고, 침묵에 꼭 잡혀 있는 까닭에 한 음절마다 따로따로 떼어 내야만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작은 침묵의 언덕인 아기의 입에서 발음되어 나오는 말들은 '소리로 변한 침묵'이다. 사람은 노인이 되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말들은 완만해진다. 노인들은 아기 때와 마찬가지로 입에서 나오던 맹렬한 말들을 죄다 폐기하고 오래된 침묵의 언덕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노인들은 죽기 전에 침묵에게서 받은 모든 말들을 다시 침묵에게로 되돌려 준다. 그 전에 노인들은 침묵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침묵의 한 조각으로 회귀한다.
-- 장석주.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문학의문학. 2009. 195쪽.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
[인문학] [밑줄쫙-문화] 한(恨) : 한국과 아일랜드2015-04-16
-
[인문학] [밑줄쫙-문학] 내 인생의 겨울 연가 : 플랜더스의 개2015-04-15
-
[인문학] [밑줄쫙-철학] 침묵 : 아기의 침묵과 노인의 침묵2015-04-15
-
[인문학] [밑줄쫙-철학] : 행복의 쓰임 하나 : 언론의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및 관대함2015-04-15
-
[인문학] [밑줄쫙-역사] 역사 : 생물학의 한 조각2015-04-09
-
[인문학] 해방 후 3년 동안의 짧은 역사에 대한 소회2015-04-08
-
[인문학] [많이 나아진 문장 1] 함께읽기의 즐거움 : 신영복 교수의 경어체2015-04-07
-
[인문학] [밑줄쫙-문학] 기록하는 자 : 엄마의 가계부2015-04-06
-
[인문학] 김남일은 시인 신경림의 어린 시절 한 토막을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형상화했다.2015-04-06
-
[인문학] 앞에서 소개한 문장이 왜 안 좋은 문장인지 점점 깨닫기 시작하면서,저는 이런 문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뭔가 더 나아진 느낌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신다면, 제가 슬플 겁니다.2015-04-04
-
[인문학] 힘들겠지요. 잘 쓴 글을 보면서, 눈을 정화하세요. 그냥 두면 합병증 생깁니다.2015-04-04
-
[인문학] 뭔 소린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지금 보면 어지러워질 뿐이에요. 문법구조가 틀리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복잡하게 써 보자고 작정한 문장 같네요. 우습네요.2015-04-04
-
[인문학] 왜 안 좋은 글인지 잘 설명해 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지금 다시 이 테마로 글을 쓴다면? 죄송하지만, 이 테마로는 글을 쓰지 않을 겁니다. 제 능력을 넘어요.2015-04-04
-
[인문학] 한 15년 전에는, 제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지금 보니,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지 끔찍하네요. 여러분들은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안 좋은 글을 왜 올리냐고요? 유시민의 을 읽고 나니, 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2015-04-03
-
[인문학] 베레비는 또 이렇게 말했죠.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과 한패가 되는 게 아니라, 한패가 되고 나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정곡을 찌르는 말 아닌가요?2015-04-01
-
[인문학] 가 보지도 들어 보지도 못한 교회 사진을 이렇게 올리며 갈릴레오의 참회성사를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존재가 은혜라면 은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2015-03-27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