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류시화
2013-10-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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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이 겨울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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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
너였구나
내 뒤에 몰래 숨어있다가
인기척에 부스럭 거려서 나를 놀라게 하는것이
외로움,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지나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너무 서둘렀는지
내가 널 모르고 깨우고 말았구나
나는 너무 놀라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외로움은 나한테 화를 내지 않았다.
외로움의숲 사이사이
동물들도 강물의 소리도 나무들의 숨쉬는 소리도
조용했다.
그래서 외로움이 나한테 화를 내지않았던 것이겠지?
나는 변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
한때 나와 있었던 친구들
이젠 내곁을 떠난것만 같다.
아온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