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안도현 > 아온의 서고

본문 바로가기

아온의 서고

[시] 연탄 한 장:안도현

본문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1,338
경험치 118
[레벨 1] - 진행률 59%
가입일
2013-05-11 07:36:22
서명
미입력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