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정지용 > 아온의 서고

본문 바로가기

아온의 서고

[시] 향수 : 정지용

본문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1,339
경험치 119
[레벨 1] - 진행률 60%
가입일
2013-05-11 07:36:22
서명
미입력

댓글목록1

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