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에서 : 나희덕 > 아온의 서고

본문 바로가기

아온의 서고

[시] 속리산에서 : 나희덕

본문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 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1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추천한 회원 보기
포인트 865
경험치 0
[레벨 1] - 진행률 0%
가입일
2013-05-11 07:36:22
서명
미입력

댓글목록1

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산다는 것은  : 마루밑다락방

오직 세속에서 벗어나
또다른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싶다는 것 때문에
도를 닦았는가?

산다는 일
더 높이 더 새로운 세상
그런걸 원했는가?

아직 나한테는 그런 세상이 올려면
멀고도 험한길
가파른 비탈길처럼 멀고도 험한길이네

산 아래 있었던 것과
산 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 않는가?

내가
어리석었구나...

댓글쓰기

적용하기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