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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온의 서고

[시] 돼지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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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돼지 한 마리                

멱살 잡힌 채 정육점 입구까지 끌려온 돼지 한 마리

구차한 기색이란 없다

오히려 당당해 보인다

꼭꼭 닫아두었던 가슴 열어제치고

먹는 데 골몰하던 거추장스런 큰 머리 떼어내고

다시는 기어다니지 않겠다고 발목도 떼어내고

올림픽 높이뛰기 선수처럼

뛰어오른다 경쾌하게

이 못된 세상 박차고 뛰어오른다

꿀꿀거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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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1 07: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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