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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온의 서고

[시] 담쟁이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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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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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1 07: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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