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홀로서기:서정윤
2013-09-11 09:37
12,636
3
0
본문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보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움찔>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그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이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
[마루밑다락방의 서고] 초승에 뜨는 달은 ‘초승달’이 옳다. 물론 이 단어는 ‘초생(初生)’과 ‘달’이 합성한 경우이나, 어원에서 멀어져 굳어진 경우 관용에 따라 쓴다는 원칙에 따라, ‘초승달’이 올바른 표현이다. 마치 ‘폐렴(肺炎), 가난(艱難)’ 등과도 같은 경우이다.2015-05-25
-
[인문학] 아일랜드... 예이츠의 고향. 가장 늦게 도달한 기독교(카톨릭)에 가장 심취하였고 중세 수도원 운동이 크게 부흥하여 역으로 대륙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곳... 중국보다 성리학에 더 미쳤던 한국..자본주의의 실험재료가 되어, 자국의 식량이 부족하여 백성은 굶어죽는데도 영국으로 식량을 수출해야 했던 나라. 맬더스 인구론의 근거가 됐었고..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분단의 아픔을 격고 있는 나라.. 참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2015-04-16
-
[인문학] 러셀... 현대의 소크라테스...2015-04-15
-
[인문학] 비극적이고 치명적인 대가를 치른 후였다.-------------전이겠지요.2015-04-09
-
[인문학] 신영복 교수... 진정 겸손한 글을 쓰는 분이지요.소외 당한 자, 시대의 약자들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이고. 그들을 대변 또는 위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가들 중의 하나이지요.2015-04-08
-
[인문학] 좋군요....2015-04-07
-
[인문학] 과학이 본연의 임무대로 오류들을 이리저리 쳐내가다 보니 알맹이가 하나도 안 남은 형국이되었습니다. 그러니 과학 때문에 목적을 상실했다는 말이 나왔고, 도구에 불과한 과학이 미움을 받는 묘한 지경이 되었습니다만... 그게 과학의 잘못은 아니지요. 만들어진 요리가 맛이 없는게 잘드는 칼의 잘못입니까? 재료가 형편없었던 까닭이지요.2015-04-05
-
[인문학] 물론 ‘목적 없는 세계’라는 아이디어가 ‘신앙의 부재’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는지 회의를 주는 세계는 신앙심을 약화시키는 무신론을 철저히 방조하고 있음엔 틀림없는 것 같다. -------------음... 아직 옛날 습관이 남아있는 어투이군요...전지전능의 무한자는 인간이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즉 불가지의 존재이지요. 이 불가지의 존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도 당연히 불가지입니다. 과학은 이 불가지의 세계를 다루지 않습니다. 그랫다가는 오컴에게 면도날로 난도질 당합니다. ㅋㅋㅋ2015-04-05
댓글목록3
마루밑다락방님의 댓글
기다림이란
긴 시간속에서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살아가는 나의 일생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아득한 미소를 지어본다..
어디엔가 있을것만 같은
나의 짝,
헤매이던 나를 붙잡아주던
나의 짝,
태어날때부터 짝이 정해져있다면
난 이제,
그를
만나고 싶다.
홀러 선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가슴을 치며 우는것보다
더 슬픈 것이겠지?
나를 옭아맨 동아줄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그 아득한 끝자락에서
동아줄에만 의지하며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난 더 멀리
더 멀리
누군가 나를 열심히 갈구해도
나의 가슴을 모두 채워줄수는 없고
결국엔
나 혼자서
홀로 살아가야 한다,
나의 기억을
지우고 싶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이 나쁜 기억을
지우고 싶다
나의 아픔을 생각도 하지 않는
나의 친구들을
모두 지우고 싶다
나는 나는 나는
높은 산을 바라보며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누군가는 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나는 나는
오히려 피하며 움찔 거리며 피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때는
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
누군가 나를 차지하려고 하면
나 스스로 방어를 해야 한다.
누군가 나를 향해 공격을 하면
나는 그 허전한 아픔을
나 스스로
또, 채워야 한다.
나 자신을 공격 당하지 않으려면
마음의 창을 꼭 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은
나를 성장시킨다.
나의 전부를 포기하고
나는
남을 돕는다.
남을 도우며 나를 또
나를 또 다른 나로 만든다.
알몸뚱이라도 나는 모두를 도우고 싶다
나는 혼자가 되더라도
끝까지 남을 도우며 살 것이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나의 추한 모습이 보이더라도
나는 살아있다
내가 남아 있는한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홀로 서 있는 그 누군가를 위해
희망의 손길을 주자.
허전한 나의 마음을 채울 수는 없지만
끝까지 도전하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자.
아온님의 댓글
지우고 싶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이 나쁜 기억을
지우고 싶다
나의 아픔을 생각도 하지 않는
나의 친구들을
모두 지우고 싶다
나는 나는 나는
높은 산을 바라보며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좋구나
아온님의 댓글
나는 나는 나는
오히려 피하며 움찔 거리며 피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때는
눈물을 흐르며
발을 동동 구그며 손짓을 한다.
아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