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은구강산(九江山)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두어 송이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옥 같은물에 사슴은암사슴발을 씻는다.
시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
시 난(蘭)이와 나는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밤나무소나무참나무느티나무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蘭)이와 나는…
시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
시 대추 물 들이는 햇볕에눈 맞추어두었던 눈썹.고향 떠나올 때가슴에 끄리고 왔던 눈썹.열두 자루 匕首 밑에숨기어져살던 눈썹.匕首들 다 녹슬어시궁창에…
시 편지를 쓰게 해다오 이날의 할 말을 마치고 늙도록 거르지 않는 독백의 연습도 마친 다음 날마다 한 구절씩 깊은 밤에 편지를 쓰게 해다오 밤 기도…
시 새들은 항상 낮게 낮게 가라앉고 산발한 그리움은 밖에서, 밖에서만 날 부르고 쉬임 없는 파문과 파문 사이에서 나는 너무 오랫동안 춤추었다. 이젠…
시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
시 물기 있는 길가 푸른잎에 작은 모습 감추고 단단히 오무려 예쁘게 숨었다가 어이없는 표정과 부드러운 한숨으로 수줍게 열려 작은 몸피 달콤함을 담았…
시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
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
시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愛憐에 물들지 않고 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億年 비정의 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
시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외눈박이 물고기처럼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외눈박이 물…
시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
시 나보고 명절날 신으라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내신발은 나는 먼 바다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에서 장난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 보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