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내는 심양강 나루는 이미 어두운데단풍잎 갈대꽃에 가을 바람이 쓸쓸하구나말에서 내려 배에 올라 술잔 드나 음악이 없어라취해도 흥이 없어 쓸쓸히 …
시 달팽이 기어간다 지나는 새가 전해준 저 숲 너머 그리움을 향해 어디쯤 왔을까, 달팽이 기어간다 달팽이 몸 크기만한 달팽이의 집 달팽이가 자기만의…
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
시 난(蘭)이와 나는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밤나무소나무참나무느티나무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蘭)이와 나는…
시 Ⅰ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
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
시 저기 보이는 산기슭 저 불빛 아래 사는 인 누구일까 문득 둘러보면 너무나 많은 이 떠나갔네 먼 길 짧은 생 왜 그리 종종걸음쳐야 하는지 서러운 …
시 눈을 감으면 어린 때 선생(先生)님이 걸어오신다. 회초리를 드시고 선생(先生)님은 낙타(駱駝)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駱…
시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시 나는 들에 핀 국화를 사랑합니다.빛과 향기 어느 것이 못하지 않으나넓은 들에 가엾게 피고 지는 꽃일래나는 그 꽃을 무한히 사랑합니다.나는 이 땅…
시 장미 꽃처럼 곱게 피어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 때 밤은 마른 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겨울 지난 석류 열매를 쪼개어 홍보석 같은 알을 한 알…
시 평해 오일장 끄트머리 방금 집에서 쪄 내온 듯 찰옥수수 몇 묶음 양은 솥 뚜껑째 젖혀놓고 바싹 다가앉은 저 쭈그렁 노파 앞 둘러서서 입맛 흥정하…
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
시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이것이 그 놀이의 규칙이다당신에게는 육체가 주어질 것이다좋든 싫든 당신은 그 육체를이번 생 동안 갖고 다닐 것이다 당신은 …
시 여자는 알리라몸 한번 열기평생을 준비하여피는 꽃 같음을일곱 빛 손바닥에 내릴 때손등엔 그늘 괴고쉼 없는 바람에도리없이 들피지는 꽃잎을 보는가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