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요즈음 외로움이 잘 안 됩니다 맑은 날도 뽀얀 안개가 서리고 외로움이 안 되는 반동으로 반동분자가 됩니다 외로움의 집 문을 닫아두고 나는 꽃 같…
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
시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
시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
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
시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나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같이 가난한 놈은 旅行이라…
시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꽃 뭇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갈 데만 가는 永遠한 모습 통틀어 무게 없어 보이니 흰색 빛깔로 上空 수놓네.
시 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 아니면 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걷고플 때 아무 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단풍잎 같은 사람 하…
시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靈魂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
시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잎들이 지고 있읍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시 어젯밤엔 그대 창문 앞까지 갔었네 불 밖에서 그대 불빛 속으로 한없이 뛰어들던 눈송이 송이 기다림 없이 문득 불이 꺼질 때 어디론가 휘몰려 가던…
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나하고 절교다
시 봄똥, 생각하면 전라도에 눌러앉아 살고 싶어진다 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 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주는 봄똥, 텃밭에 나가…
시 전생에 나는 그대 문 앞에 서 있던 한 그루 나무일지 모른다. 흔들면 우수수 잎새 떨구는 말없는 나무일지 모른다. 다시 태어나도 그대 창가 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