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
시 고운 꽃 싱그러운 풀냄새 사이로 청아한 새소리에 이끌려 끊어질듯 이어진 길 문득 둥글게 솟아나 햇살 속에 하얗게 빛나네 돌틈의 맑은 물 입 대어…
시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
시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시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대신하던 흰 종이들아 …
시 나 바람나지 말라고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 놓은삼천 사발의 냉숫물.내 남루와 피리옆에서삼천 사발의 냉수 냄새로 항시 숨쉬는 그 숨결 소리.그…
시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가을 꽃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내…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
시 내 사랑하는 것이 때로는 역겨워 짜증이 나기도 하였지요 흐드러진 꽃나무가 머리맡에 늘어져 있었어요 내 사랑하는 것이 때로는 역겨워 얼어붙은 거리…
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
시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청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처럼 …
시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
시 지리산은 지리산으로 천 년을 지리산이듯도련님은 그렇게 하늘 높은 지리산입니다섬진강은또 천 년을 가도 섬진강이듯나는 땅 낮은 섬진강입니다그러나 또…
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나하고 절교다
시 너였구나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슬픔, 너였구나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날이 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