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내…
시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시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
시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
시 세상 일 고단해서 지칠 때마다 댓잎으로 말아 부는 피리 소리로 앳되고도 싱싱하는 나를 부르는 질마재. 질마재. 고향 질마재. 소나무에 바람 소리…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
시 한 장의 낙엽을 보며 내 걸어온 날들을 생각합니다. 꽃이 되기 전의 씨앗 그리고 잎이 되기 전의 새순같이 우리는 모두 눈부신 날들이 있었습니다.
시 기억하는가 우리가 만났던 그날.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시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
시 검은 하늘에 고운 속눈섶 걸리였다 토해내는 입김 하얗고 젖히는 목 뻐근한데 홀로 황금 빛 갸날퍼 애잔하구나 차가운 바람에 마른가지 흔들리고 잔설…
시 4·19가 나던 해 세밑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하얀 입김 뿜으며열띤 토론을 벌였다어리석게도 우…
시 너를 보내고 또 나를 보낸다. 찬바람이 불어 네 거리 모서리로 네 옷자락 사라진 뒤 돌아서서 잠시 쳐다보는 하늘 내가 나를 비쳐보는 겨울 하늘 …
시 이젠 말을 버릴까 싶네몇 백년 늙어버린말과 울음에게가서 쉬어라가서 쉬어라고거대한 하늘 물뿌리개봄비 적시는 이날에작별하고 싶네겨우내 노래하던 새묘…
시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
시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