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는 나의 용기물러날 때를 알고떠날 때를 안다는너는바람에 끌려 다녀도마지막 불태울 자리를 찾는다는너는 나의 안식처찰나를 사는 삶포근히 감싸주는 …
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 너를 보내고 또 나를 보낸다. 찬바람이 불어 네 거리 모서리로 네 옷자락 사라진 뒤 돌아서서 잠시 쳐다보는 하늘 내가 나를 비쳐보는 겨울 하늘 …
시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
시 나무들을 열어놓는 새소리 풀잎들을 물들이는 새소리의 푸른 그림자 내 머릿속 유리창을 닦는 심장의 창문을 열어놓는 새소리의 저 푸른 통로 풀이여 …
시 좋아라꽃은 자꾸만 피려 피려하고어림도 없지 어림도 없지바람은 멱살 잡고한사코 길목을 막아서는삼월에는 좋아라젊은 봉오리들 발돋움 서성이며첫나들이 …
시 꽃 그려 새 울려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시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샛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
시 나는 몰라한겨울 얼어붙은 눈밭에 서서내가 왜 한 그루 포플라로 변신하는지내 나이 스무 살 적 여린 가지에분노처럼 돋아나던 푸른 잎사귀바람에 귀 …
시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山)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시 이젠 말을 버릴까 싶네몇 백년 늙어버린말과 울음에게가서 쉬어라가서 쉬어라고거대한 하늘 물뿌리개봄비 적시는 이날에작별하고 싶네겨우내 노래하던 새묘…
시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외눈박이 물고기처럼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외눈박이 물…
시 잡념처럼 아무데서나 돋아나는 그 얼굴을 밟는다는 건 웃고 떠들고 마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한 남자를 보낸다는 건 뚜 뚜 사랑이 유산되는 소리를 들…
시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
시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