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
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
시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시 千 山 鳥 飛 絶 萬 徑 人 踪 滅 孤 舟 蓑 笠 翁 獨 釣 寒 江 雪 첩첩 산에 새 하나날지 않고 만 갈래 길에 사람 종적 없는데 외로운 배에…
시 1969년 겨울, 일월 십일 아침, 여덟시가 조금 지날무렵이었다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리고마당 가득 눈이 내렸다내가 아직 이불 속에 있는데엄마…
시 내게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해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내 눈 속에서 그 말을 보지 못한다면 혹은 내 손길에서 그 말을 느끼지 못한다면, …
시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波紋)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시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
시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시 세월만 가라, 가라, 그랬죠.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디다. 내 문간에 낙엽 한 잎 떨어뜨립디다.가을입디다.그리고 일진광풍처럼 몰아칩디다.오래 …
시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
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
시 까닭 없이 외로울 때는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그대 조용히 나…
시 활딱 벗고 빨래했구나 저 산골자구니 오늘밤 감기 들어 동침하고 싶어라
시 오랜 소망에 먼 길 바라보나 흩날리는 눈보라 눈 앞을 가리네 눈 그쳐 길 드러나도 먼 산에 흰 눈 가득하니 어찌 길 떠날 수 있으랴 깊은 산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