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나는 네 심장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죽지 않는 태풍의 눈이 되고 싶다.
시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시 오랜 소망에 먼 길 바라보나 흩날리는 눈보라 눈 앞을 가리네 눈 그쳐 길 드러나도 먼 산에 흰 눈 가득하니 어찌 길 떠날 수 있으랴 깊은 산속에…
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
시 黃鶴樓崔顥昔人已乘黃鶴去 신선은 황학을 타고 떠나고 此地空餘黃鶴樓떠난 자리엔 누각만 남았네 黃鶴一去不復返한번 떠난 황학은 다신 돌아오지 않고 白雲…
시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시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지붕에 올라갔다가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어떤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
시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
시 살아갈 날들보다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어떤 때는 자꾸만패랭이꽃을 쳐다본다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타인에 대해또 나 자신에 대해나를 힘들게 한 것은…
시 당신이 가지고 있는가을하늘이 있으면나에게 그 가을하늘을 보내주십시오 당신이 그 가을하늘을보내주신다면 누구나 하늘높이 떠서새털구름처럼 날개를 만들…
시 섭섭하게,그러나아주 섭섭치는 말고좀 섭섭한 듯만 하게,이별이게,그러나아주 영 이별은 말고어디 내생에서라도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연꽃 만나러…
시 이는 먼해와 달의 속삭임.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길섶 위에 떨궈진다시는 못 돌이킬엇갈림의 핏방울. …
시 창을 사랑한다는 것은,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눈 부시지 않아 좋다.창을 잃으면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명랑은 우리에게오늘의 뉴스다.창을 닦…
시 지금 그 사람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
시 나는 아직도 잊을수 잊을 수가 없다. 그날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비로소 채색되는 유유(悠悠)한 침묵 꽃으로 수장(水葬)하는 내일에의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