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시 1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 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
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
시 기억하는가 우리가 만났던 그날.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시 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나는 네 심장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죽지 않는 태풍의 눈이 되고 싶다.
시 내가 말했잖아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사랑하는 사람들은,너, 나 사랑해?묻질 않어그냥, 그래,그냥 살어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말…
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
시 새들은 항상 낮게 낮게 가라앉고 산발한 그리움은 밖에서, 밖에서만 날 부르고 쉬임 없는 파문과 파문 사이에서 나는 너무 오랫동안 춤추었다. 이젠…
시 잠든 잎새들을 가만히 흔들어봅니다 처음 당신이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날처럼 깨어난 잎새들은 다시 잠들고 싶어합니다 나도 잎새들을 따라 잠들고 싶…
시 내 사랑하는 것이 때로는 역겨워 짜증이 나기도 하였지요 흐드러진 꽃나무가 머리맡에 늘어져 있었어요 내 사랑하는 것이 때로는 역겨워 얼어붙은 거리…
시 자꾸만 발꿈치를 들어보아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 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가고 무슨 노래를 …
시 마음의 뒷쪽에선 비가 내리고 그 앞에는 반짝반짝 웃는 나의 얼굴 에나멜처럼 반짝이는 저 단단한 슬픔의 이빨. 어머니 북이나 쳤으면요. 내 마음의…
시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
시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 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 글자들의 숨 쉬는 소리가 피 속을…
시 그대가 병을 이기지 못하였다, 병한테 손들어버린 그대를 하직하고 돌아오는 십일월 길은 보도마다 빈손으로 허공을 어루만지며 낙엽이 한꺼번에 져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