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T.S. 엘리엇 (제 5 연) -- II. 체스게임
본문
2. 체스 게임
그녀의 앉은 의자가, 옥좌의 광채처럼
번쩍이던 대리석 위. 거울은
제대로 세공된 포도 덩쿨 속에서
내다 보는 금빛 큐피트에 들려
(다른 하나는 날개로 눈을 가렸도다)
칠 구 촛대의 불빛을 두 배로 키웠다.
테이블 위로 되쏘아진 빛을
맞이하는 보석들의 찬란한 반짝임이
다채롭게 많이도 쏟아져 나온 빛깔 고운 보석함;
상아와 다양한 색깔의 유리병들 안,
봉인 풀린, 도사리고 있던 그녀의 이상한 합성 향기들,
연고, 파우더, 액체 - 괴롭고 어지러운,
감각이 익사되는 냄새; 휘젓는 바람이
창에서 시원하게 불어와 위로 올리니.
길게 늘어졌던 촛불은 두툼해졌고
우물반자 속으로 던져넣어진 연기에
흩뜨려진 격자 문양.
동박 입힌 커다란 해목은
유색 돌 격자 안에서 초록과 오렌지 색으로 불타올랐고
그 슬픈 빛 속에서 조각된 돌고래가 수영을 하였다.
고풍스런 벽난로 위에 걸린
숲속 풍경이 내다보이는 창문과 같은
필로멜라의 변신, 야만스러운 왕으로 인한.
그 처참했던 능욕;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성스러운 목소리로 온 사막을 가득 채웠네.
그녀는 여전히 울었지만, 여전히 황음무도한 세상
더러운 자들에겐 그저 `짹짹` 소리일 뿐
다른 말라 죽은 시간의 그루터기들
벽에 걸려 듣고 있었다; 빤히 바라보며
온 방을 빙둘러 침묵하던 형상들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층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난로 불빛 아래, 빗질 아래, 그녀의 머리카락은
발화점(發話點)으로 펼쳐졌고
언쟁으로 달아올랐더라면 이어진 정적은 생경했으리라
II.A Game of Chess
The Chair she sat in, like a burnished throne,
Glowed on the marble, where the glass
Held up by standards wrought with fruited vines
From which a golden Cupidon peeped out
(Another hid his eyes behind his wing)
Doubled the flames of sevenbranched candelabra
Reflecting light upon the table as
The glitter of her jewels rose to meet it,
From satin cases poured in rich profusion;
In vials of ivory and coloured glass
Unstoppered, lurked her strange synthetic perfumes,
Unguent, powdered, or liquid—troubled, confused
And drowned the sense in odours; stirred by the air
That freshened from the window, these ascended
In fattening the prolonged candle-flames,
Flung their smoke into the laquearia,
Stirring the pattern on the coffered ceiling,
Huge sea-wood fed with copper
Burned green and orange, framed by the coloured stone,
In which sad light a carvèd dolphin swam.
Above the antique mantel was displayed
As though a window gave upon the sylvan scene
The change of Philomel, by the barbarous king
So rudely forced; yet there the nightingale
Filled all the desert with inviolable voice
And still she cried, and still the world pursues,
“Jug Jug” to dirty ears.
And other withered stumps of time
Were told upon the walls; staring forms
Leaned out, leaning, hushing the room enclosed.
Footsteps shuffled on the stair,
Under the firelight, under the brush, her hair
Spread out in fiery points
Glowed into words, then would be savagely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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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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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과학이 본연의 임무대로 오류들을 이리저리 쳐내가다 보니 알맹이가 하나도 안 남은 형국이되었습니다. 그러니 과학 때문에 목적을 상실했다는 말이 나왔고, 도구에 불과한 과학이 미움을 받는 묘한 지경이 되었습니다만... 그게 과학의 잘못은 아니지요. 만들어진 요리가 맛이 없는게 잘드는 칼의 잘못입니까? 재료가 형편없었던 까닭이지요.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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